[황영미의영화산책] 지구의 신 ‘가이아’

북극한파와 사이클론의 영향에 따른 한파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물론 일부 해안 지대가 홍수로 침수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우리나라에도 살을 에는 듯한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북극한파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북극해빙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해빙이 녹으면서 방출되는 열과 대기파동이 대류권은 물론 성층권의 온도까지 끌어올렸고, 이로 인해 성층권에서 냉기를 가두는 극소용돌이 편서풍의 힘이 약해지면서 방출된 냉기로 이상한파가 나타난다고 한다.

온난화가 이상한파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해류 순환의 방해로 일어나기도 한다. 영화 ‘투모로우’(감독 롤란트 에머리히)에서는 기후학자인 잭 홀 박사(데니스 퀘이드)가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중 지구에 이상변화가 일어날 것을 감지하고, 국제회의에서 지구의 기온 하락에 관한 연구 발표를 하게 된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가 북극해빙을 녹게 하고, 해수보다 염도가 낮은 담수가 바다로 다량 유입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해류 흐름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돼 남반부의 따뜻한 난류가 북반구의 한류와 순환하지 않게 됨으로써 북반구가 급격히 거의 빙하기 수준으로 기온이 하강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이상 기후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인도에 눈이 오고, 강한 폭풍우나 거센 파도가 해안도시를 집어삼키기도 한다. 잭 홀 박사는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이 100년 이내로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예상보다 기후변화가 훨씬 빨리 진행돼 며칠 만에 극한 한파 재앙이 펼쳐진다.

이상 기후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1978년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저서를 통해 가이아 이론을 발표했다. 가이아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을 가리키는 말로, 지구를 뜻한다. 러브록에 따르면, 가이아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인 유기체이다. 즉 지구 한쪽이 이상이 오게 되면 다른 쪽도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전지구적 이상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국가 간의 공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구는 하나의 행성이 아니라 인간처럼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