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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관련 수사를 박근혜정부에서 이명박정부로 확대하는 것에 이 전 대통령 측은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첫줄 가운데)을 비롯한 이명박정부 인사들이 지난 1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는 모습. 하상윤 기자 |
일단 자금 성격은 박근혜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특활비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국정원장 앞으로 배정되는 특활비는 전액 현금인 데다 어디에 썼는지 증빙할 필요도 없어 청와대 상납 같은 부적절한 용도로 집행하기에 딱 알맞다.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장 특활비는 연간 4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정부 청와대 인사들 가운데 청와대 살림을 책임진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대통령 일정을 관리한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이 국정원 자금 수수자로 지목된 건 박근혜정부 청와대 이재만(구속)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경우에 비춰보면 얼핏 수긍이 간다. 이들이 맡은 역할만 보더라도 국정원 자금이 두 사람을 거쳐 MB한테 흘러갔을 개연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MB 측은 “국정원 특활비를 받지 않았다”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는 입장이다.
향후 검찰 수사의 초점은 국정원 자금이 MB 호주머니에도 들어갔는지, MB도 박 전 대통령처럼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 자금 제공을 먼저 요청했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이 국정원 자금 수수자로 지목된 건 다소 의외다. 민정2비서관은 민정수석실 소속으로 국정원을 비롯한 사정기관들을 총괄하는 자리다. 국정원이 김 전 비서관에게 자금을 제공했다면 이는 대통령과 국정원 간의 관계를 좀 더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민정수석은 MB정권 내내 실세로 꼽힌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8월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MB가 댓글 공작에 관여했는지 묻는 검찰의 추궁에 입을 굳게 다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랬던 그가 국정원 자금의 청와대 상납 일부를 시인한 점도 뜻밖이긴 마찬가지다.
검찰 안팎에선 원 전 원장이 국정원 공금 횡령의 책임을 혼자 떠안을 경우 중형 선고를 피할 수 없어 부득이 상납 사실을 털어놨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재임 시절 국정원 특활비 20억원가량을 미국 스탠퍼드대학 명의 계좌로 송금한 사실 등을 밝혀내 용처를 캐물은 바 있다. 원 전 원장 부인이 사적 모임 등에 이용한 공간의 인테리어 비용을 국정원 공금에서 지출한 정황도 포착됐다.
현재 검찰은 국정원 자금 수수 의혹과 별개로 MB가 다스 및 BBK의 실소유주로서 이들 기업 회삿돈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MB가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을 동원해 온라인 공간에 정권을 지지하는 댓글을 달게 했다는 의혹 등도 수사 중이다. MB를 향한 세 갈래 수사의 포위망이 차츰 좁혀드는 가운데 앞서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MB가 위기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