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아이들을 지켜라” 해외입양 중단 국가 느는데 한국은 무관심

해외로 입양을 보낸 자국의 아동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이어지며 이를 중단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이라는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지만 관련 조치는 외면한 채 아이들을 계속 해외로 보내고 있다.

◆에티오피아 의회, 해외입양 금지하는 법안 통과시켜

15일 BBC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의회는 지난 9일 해외 입양을 금지하는 아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에티오피아의 새 아동 정책은 고아나 장애아 등 요보호아동이 태생의 문화와 전통에 의해 자국에서 자라야 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에티오피아의 해외 입양 문제는 2011년 처음 불거졌다. 미국 워싱턴주의 윌리엄스 부부가 에티오피아에서 입양한 딸 한나를 굶기고 내쫓아 끝내 숨지게 한 사건이 발단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부부는 3년 전에도 에티오피아 소년을 입양해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LA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그해 에티오피아의 해외 입양이 90%까지 감소하는 등 파장이 컸다. 실제로 에티오피아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은 2010년 2511명에서 2016년 182명으로 급감했다.

인권단체들은 입양 과정에서 아동이 인신매매를 수익성 좋은 사업으로 인식하는 사업자들로부터 각종 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입법전문가들 또한 요보호아동을 입양보다 지역의 지원시스템을 통해 보호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내부적으로 요보호아동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자국의 사회 안전망이 입양 중단 조치의 후폭풍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티오피아는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이 매우 가파른 국가에 속하지만 수백만명이 빈곤에 시달리는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입양 문화 또한 일반적이지 않은 탓에 요보호아동은 친척집으로 보내지거나 길거리로 내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요보호아동은 당국이 직접 교육 등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지만, 가뭄 등으로 곳곳이 폐허가 됐고 심각한 빈부격차 등으로 인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1999∼2016년 에티오피아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은 1만5317명이다. 이밖에 스페인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입양되는 아동도 많다.
 
<주요 국가별 미국 입양 통계>(1999∼2016년). 자료: 미국 국무부

◆미국에서 벌어진 준희사건, 인도도 입양 중단 통보

지난 7일에는 인도 정부가 홀트 인터내셔널을 통한 입양아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조치를 통보했다.

인도의 이 같은 조치는 2016년 10월 미국 텍사스로 입양된 3살 여아 쉐린 매튜가 사망한 뒤, 부검 결과 양부에 모진 학대를 당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쉐린의 입양을 중개한 홀트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적으로 국가별 지부를 확보한 미국의 대표적인 입양기관이다. 입양기관이 쉐린의 양부모 요건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등 입양절차에 태만했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주된 이유였다.

특히 쉐린의 사망이 밝혀지기까지는 최근 국내에서 이목을 끌었던 ‘준희 사건’과 유사한 경과를 보였다.

양부 위즐리 매튜는 초기에는 쉐린을 훈육한 뒤 밖에 세워뒀는데 실종됐다고 당국에 신고했다. 그러나 2주 뒤 배수구 인근에서 쉐린의 시체가 발견된 뒤,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자세한 사인은 밝히지 않았으나 위즐리가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진술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위즐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형 또는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아내인 시니 매튜 또한 방임 혐의를 받았다. 이들 부부는 친딸이 영유아였던 당시 잃어버렸다가 친권을 박탈당했다. 친딸에 대해서는 입양이 추진됐지만 현재 친척이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홀트 인터내셔널 입양 중개수수료>. 자료: 홀트 인터내셔널
◆해외입양에 대한 각국 자성의 목소리 높아져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 해외입양을 보내지 않겠다는 공표와 더불어, 선진국에서도 해외입양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불확실한 정보 등 제대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입양에 대해 아동 매매 등 인권유린 소지가 크다는 비난 여론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덴마크는 2016년 주무부처 장관이 에티오피아를 순방한 뒤 “입양 과정에서 우려스러운 정황을 확인했다”며 자국민의 에티오피아 아동 입양을 금지했다. 입양 기관들이 아동의 출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금전적 이익을 노리며 아이들을 팔아넘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네덜란드 범죄입법아동보호위원회가 정부에 더 이상 해외입양 받지 말라고 통보했다. 당시 조치는 모든 국가가 대상이 아니라 중국과 미국, 일부 유럽국가 등에 국한됐다. 벨기에에서는 콩고 출신의 입양아 매매 사건으로 파문이 일자 당국이 입양기관 및 관련 정부기관을 급습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독일정부 또한 중국 출신 아동을 입양 받지 않겠다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중국 출신 입양아들이 아동매매나 아동 신분세탁 등의 인권유린적 범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자국 내에서 “진정 아동을 위한다면 해외입양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홀트아동복지회가 1956년 12월 해외입양을 위해 띄운 미국행 전세기 내부 모습. 1961년까지 3∼5개월 간격으로 해외입양아들이 전세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다.
국가기록원 제공
◆한국, 2016년에도 334명 해외입양 보내

한국 출신의 입양아동 또한 미국에서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2014년 미국 메릴랜드주에선 현수(당시 3세)군이 양부 브라이언 패트릭 오캘러건(40)에게 살해됐다. 2010년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현수는 홀트아동복지회에 맡겨졌다가 입양돼 2013년 10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4개월 만에 양부의 폭행으로 숨졌다. 오캘러핸은 1급 아동학대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우리나라는 2016년 334명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을 보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1999∼2016년 미국에 입양된 해외 아동은 총 26만7098명이고, 이 중 한국 출신 아동은 2만318명이다. 세계 10대 경제국에 진입한 뒤에도 미국 입양의 7.6%를 차지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5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입양인은 16만8044명이다. 이는 충남 당진(16만7307명)이나 경북 안동(16만7250명)의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공식 통계만 이 정도 규모에 이른다.

해외 인구학계 및 국제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6·25전쟁 이후 한국이 해외로 보낸 입양인 규모가 최소 20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광복 이후 미군정 시기에 발생한 혼혈아동들이 자의 반 타의 반 해외로 건너간 것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해외입양 금지에 대해 국내에서도 “그럼 불쌍한 애는 누가 키우나”, 혹은 “아이에게 가정을 찾아주는 것이 최대의 행복”이라는 반론이 여전하다. 다른 대안으로 국내 입양 활성화에 대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동복지 확립이나 요보호아동 체계 개편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무한 상황이다. 저출산으로 아이 한 명이 아쉬울 판에 매년 수천명의 아이들이 거리와 시설로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출신 국가별 미국 내 입양 중개 수수료>(2016년 기준). 자료: 미국 국무부·미국 입양기관 협의회(Adoption Service Provider Convention)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