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이슈] ‘일본판 쉰들러’ 자랑스럽다는 아베의 이중 잣대

유럽 순방 스기하라 기념관 찾아/“유대인 살린 그의 용기 높게 평가”/ 위안부 눈감고 獨 전범 비판 ‘뻔뻔’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외면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을 막은 일본인 기념관을 찾아가 자랑스럽다고 밝혀 ‘이중 잣대’를 드러냈다.

유럽 6개국을 순방 중인 아베 총리는 14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의 카우나스에서 스기하라 지우네(杉原千畝) 전 리투아니아 주재 일본 총영사의 기념관을 방문했다. 스기하라 전 총영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의 훈령을 무시하고 폴란드 출신 유대인 6000명에게 일본 비자를 발급해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일본판 쉰들러’로 불린다. 아베 총리는 기념관을 방문한 뒤 “세계에서 스기하라의 용기 있고 인도적인 행동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일본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15년 1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아가 “홀로코스트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기념관 방문 후 연설에서 “특정 민족을 차별하고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인간을 어느 정도 잔학하게 하는가를 배웠다”며 “차별과 전쟁이 없는 세계, 인권이 지켜지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위안부 등 과거 일제가 저지른 잘못에는 눈을 감으면서 나치 독일의 전쟁범죄만 비판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 편지 가능성에 대해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으며, 2015년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추가조치 문제와 관련해 “(위안부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 국제사회와 노력하는 것이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추가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