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가족 살해한 한국인…사업실패 비관한 듯

홍콩에 여행 온 한국인 관광객이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매체가 15일 보도했다. 홍콩 매체들은 가족을 살해한 한국인 A(43)씨가 사업실패를 비관해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사업실패로 막다른 지경 몰렸다” 연락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홍콩 웨스트 카오룽 지역 5성급 호텔인 리츠칼튼 호텔에 투숙했던 A(43)씨가 전날인 14일 오전 7시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해 “사업에 실패해 막다른 지경에 몰렸다”며 그의 가족이 자살하려고 한다고 알렸다. 전화를 받은 친구는 급히 경찰에 연락했고, 경찰은 다시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 연락했다. 총영사관 담당 영사와 홍콩 경찰은 호텔 방에서 넋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A씨를 발견했다. 한 쪽에는 아내 B(43)씨와 일곱 살 아들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13㎝ 흉기도 함께 발견됐다. 살인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 A씨는 경찰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으며, 퀸 엘리자베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6일 홍콩에 도착한 A씨 가족은 마카오에 다녀온 후 홍콩에 다시 돌아왔고, 사건 발생 전 부부간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현장인 객실은 별로 어지럽혀지지 않았으며, 크게 다투거나 저항한 흔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약품을 발견해 검시 등을 통해 범행과 관련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평소 다정한 가장...아이와 함께 한 사진 페이스북에 올려

지난 6일 홍콩에 도착한 A씨 가족은 마카오에 갔다가 10일쯤 홍콩으로 다시 돌아왔으며, 지난 14일 퇴실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이 묵은 리츠칼튼 호텔은 홍콩의 최고층 빌딩인 118층짜리 국제상업센터(ICC)의 가장 높은 15개 층에 자리 잡고 있다. 하룻밤 숙박료가 최저 3300∼2만6000 홍콩 달러(약 45만∼353만원)인 고급 호텔이다. A씨는 평소 바쁜 와중에도 63빌딩이나 자신이 운영하는 식품 판매점 등에 가족과 함께 놀러 가고, 아들의 생일 파티를 함께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다정한 가정이었다. A씨는 서울 시내에 여러 판매점을 개설한 다국적 식품기업의 한국 대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홍콩 총영사관 관계자는 “홍콩 경찰과 함께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국내 유족과 연락하면서 사후 지원에도 만전의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