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발표 직전에… 금감원 직원 가상화폐 매도 차익

700만원 벌어… 내부자 거래 논란 / 금감원장 “통보받아 조사 중” 밝혀 / 거래소 폐쇄 방안도 다시 거론 / 여야, 정책 혼선 질타 한목소리 금융감독원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정부 대책발표 직전에 매도해 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의 가상화폐 내부자거래 관련 질문에 “(그런 사실을) 통보받아서 조사 중”이라고 답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직원 A씨는 작년 12월 11일 가상화폐를 팔았다. 5개월 전인 7월 3일 구입한 것이었다. 차익은 700여만원으로 수익률이 50%(투자원금 1300여만원)가량이었다. 이틀 뒤인 13일 정부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미성년자·외국인 거래금지를 골자로 하는 ‘가상통화 정부대응방안’을 마련, 발표했다. A씨는 국무조정실에 파견 근무 중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뜨겁다. 핵심은 A씨의 가상화폐 매도와 정부 규제안 발표의 상관성 여부이다. 직무상 취득한 ‘규제안 발표’ 정보가 매도행위의 근거가 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주식거래로 치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와 견줄 수 있다.
국회 가상화폐 관련 현안보고 최흥식 금융감독위원장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최 원장은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대책 발표 전에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을) 통보받아서 조사 중”이라고 답변했다.
연합뉴스
A씨는 “매도 당시 휴가 중이었고, 이틀 뒤 대책이 발표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A씨의 가상화폐 매매에 대해 직무 관련성 여부 등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조사를 마무리해 필요하면 적절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도 “내부거래 관계는 제가 아는 한 공무원 1∼2명의 사례가 있어서 진상조사를 하도록 했고, 공무원에 대해선 가상통화 투자가 적절치 않다는 표현으로 해서 일단 투자를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대책 보도자료 사전 유출에 이어 이번 일까지 알려지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질 전망이다.

논란이 됐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안도 다시 거론됐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전면 폐쇄하는지, 불법행위를 저지른 거래소만 폐쇄하는지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의 질문에 “협의 중에 있는 안 중에는 두 가지 다 들어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혔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부처 간 조율이 안 됐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를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정부는 불이 났는데 소화전을 한쪽에만 갖다 대고 수압을 높이는 꼴”이라며 “대응 방식이 너무 급했고 종합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기본적으로 거품, 불법, 사기, 투기 이런 부분은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면서도 “시장에 신뢰를 줘서 정상거래가 이뤄지도록 하고 결제수단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 방안을 모색해 보자”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정부의 정책은 총체적으로 인식이 잘못됐고 갈팡질팡한다”며 “안절부절못하며 대책으로 내세운 것들도 정치적 대증요법”이라고 비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백소용·이우중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