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1-20 07:00:00
기사수정 2018-01-20 00:30:03
공직자 가상화폐 보유 여부 검증 요구도
가상화폐 대책에 관여한 금융감독원 직원이 대책 발표 직전 가상화폐를 매매해 차익을 거둔 것이 드러나는 등 가상화폐를 둘러싼 혼란이 공직사회까지 침투하자 정부가 19일 기강 확립에 들어가는 한편 각종 관련 의혹에는 적극 반박하고 있다. 국회에선 공직자 검증에 가상화폐 보유 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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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시민들이 시세표를 바라보고 있다. |
◆청와대는 ‘가상화폐 거래 자제령’, 국조실은 ‘의혹 적극 반박’
청와대는 직원들에게 ‘가상화폐 거래 자제령’을 내렸다. 이날 오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은 내부 알림 시스템을 통해 ‘가상화폐 문제로 엄중한 시기에 구설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지를 전파했다고 한다. 금감원 직원이 내부 정보를 활용, 가상화폐를 매매해 개인적 이익을 얻은 것이 드러나면서 청와대가 먼저 ‘집안 단속’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근무하는 인원 상당수가 고위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인 만큼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투자 여부를 전수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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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개입해 시세 조작을 이끌었다고 주장하며 관련 증거를 공개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국무조정실은 이날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앞서 정부가 지난 15일 가상화폐 규제 대책 발표 당시 대책자료를 ‘엠바고(embargo·한시적 보도유예)’를 걸어 미리 배포한 것을 두고 ‘정부가 가상화폐 작전세력의 컨트롤 타워’라고 주장한 데 대해 적극 반박했다. 하 의원은 앞서 보도자료를 내고 15일 발표 전에 엠바고 형태로 기자들에게 내용이 미리 알려진 시간부터 실제 발표까지 40분 동안 가상화폐 가격이 약 4.9%의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이 시간이 ‘작전 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보도자료 내용 역시 “가상통화거래소 폐쇄를 언급하며 강경 모드였던 법무부가 주무부처에서 물러난다는 내용이므로 충분히 호재로써 시세에 거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내용”이라는 의혹이다. 국조실은 밤 늦게까지 보도자료를 내고 엠바고 설정은 보도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통상적인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또 15일 발표 내용은 범정부차원에서 국조실이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가상화폐 문제를 논의·대응해 왔으며 앞으로도 부처간 조율 등에 중심이 되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는 것으로 하 의원 주장처럼 법무부가 주무부처에서 물러난다는 내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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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위원장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최 원장은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대책 발표 전에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을) 통보받아서 조사 중”이라고 답변했다. |
◆국회에선 공직자 검증에 가상화폐 보유 확인 요구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이날 공직자 재산공개 항목에 가상화폐를 추가하는 ‘공직자 암호화폐 보유현황 공개법’을 대표 발의했다. 가상화폐 보유가 새로운 재산 보유 형태로서 등장한 상황에서 공직자 윤리를 검증 대상으로 공개될 필요를 제기한 것이다. 금감원 직원의 일탈도 이 같은 법안이 나온 배경 중 하나다. 정 의원이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자는 1000만원 이상 보유한 암호화폐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만약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 결과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자가 암호화폐 보유내역을 거짓으로 기재 혹은 중대한 과실로 생략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인정될 경우 공직자윤리법 제8조의2에 의해 경고, 과태료 부과, 징계의결 요청 등의 조치를 받는다. 정 의원은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공직사회도 가상화폐를 통한 재산증식 행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며 “정부는 가상화폐 규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차익을 취하였는지 면밀하게 조사하고, 재산보유현황을 공개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가상화폐 원정투기·관련 범죄 적극 단속
한편 정부는 가상화폐를 활용한 신종 투기, 관련 범죄 단속에 고삐를 죄고 있다.
관세청은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싸게 거래되는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고액의 현금을 들고 해외로 나가는 원정투기족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관계당국에 따르면 관세청은 최근 여행경비 상한액 규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고액의 현금을 들고 해외로 나가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여행객들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여행경비 명목으로 해외로 반출되는 현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에도 가상화폐 원정투기 영향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관세청은 파악하고 있다. 홍콩·태국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싼 값에 가상화폐가 거래되고 있는데, 원정투기족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고액의 해외경비를 들고 나가 현지에서 가상화폐를 사들인 뒤 한국에서 팔아 시세 차익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해외여행경비를 가장한 가상화폐 구매자금 반출을 막기 위해 고액 해외 여행경비 반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이와 함께 가상화폐를 불법 송금 수단으로 악용한 일부 환치기 업체들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악용한 범죄행위에 대응해 가상화폐 거래자금 환치기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