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화폐 시세가 급락을 반복, 투자자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시세는 이달 17일 하루만에 전날보다 30% 가까이 급락했고, 18일에도 다시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에 실망하거나 좌절한 투자자들이 자조적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글이 여러건 올라왔다.
주식시장은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서킷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정지)'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정지)' 등 과열을 막을 제도가 있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이런 장치가 전무하다.
그렇다보니 짧은 시간에 시세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이 때 투자자들은 마치 조울증과 같은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상화폐 우울증·중독 현상이 나타난 이유로, 젊은 층이 가상화폐에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했던데다 정부 규제 때문에 이게 좌절됐다고 인식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일부 청년층 투자자들은 가상화폐를 이른바 '흙수저 탈출 도구'로 삼는 등 많은 기대를 했지만, 규제가 시행되면서 폭락이 이어지자 상당한 패배감과 좌절감에 빠져있다.
◆가상화폐 시세 고점 대비 '반토막'…좌절한 투자자들 우울증 호소
상황이 이렇자 가상화폐 시세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거나 떨어뜨리는 '시세조종'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이 없어 입법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가 빈번할 뿐 아니라 조직적인 매수•매도로 가상화폐 시세를 조종하려는 시도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검찰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간담회에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혔을 때에도 비슷한 시세조종 정황이 발견된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당시 박 장관의 회견 내용이 언론에 보도, 가상화폐 가격은 잠시 급락했지만 이후 하루만에 시세를 회복했다. 이때도 조직적인 매수를 의심할만한 현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이 있어도 규제할 법령이 없어 주식시장 내 작전세력을 처벌하듯, 가상화폐 시세조종 행위를 규제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행법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주식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거짓으로 주식을 매매하거나, 주식시세와 관련된 거짓 소문을 퍼뜨려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고 처벌하도록 한다.
이 조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도 적용되려면, 가상화폐 거래를 주식 거래와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인정하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시세 폭등·폭락 안전장치 '無'…자본시장법상 규제 필요
다만 이는 현재 정부가 검토하는 입법 방향과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
투기 목적의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법무부 등이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자본시장법상의 시세조종 금지조항을 가상화폐 거래에 적용하는 게 되레 힘들어진다. 거래를 금지하는 가상화폐를 합법적인 거래를 보장하는 주식과 동일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대신 자본시장법상 각종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는 국내 거래소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소를 통해 얼마든지 거래가 가능한 만큼, 국내 거래만 금지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논리와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의 경우 주식과 달리 상시 거래가 가능하다. 시세 폭등이나 폭락에 따란 거래 중지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상 규제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관련 최악의 범죄는 시세조종이다. 단순 환치기나 유사수신 행위에 비해 수십에서 수백배의 범죄수익이 발생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시세조종에 대응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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