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속 도입… 산업현장은 진화중

무협 ‘AI 비즈니스 모델’ 보고서 / 제조업은 제품 불량률 줄이고 의료업에선 건강관리방법 제안 / 데이터기반 의사결정 변화 촉진 / 기술 수준 미국의 73% 불과… 격차 줄일 연구역량 강화 시급 빅데이터가 축적되고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최근 우리 기업들의 AI 활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의료, 제조,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에서 AI를 도입한 사업 모델로 생산성 향상과 서비스 진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AI 기술 수준과 시장규모 등은 선진국에 뒤처지고 중국 등 후발주자에게는 바짝 쫓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우리 기업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생산, 마케팅, 유통 등에 대한 의사결정에 AI를 도입하는 업체가 산업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 등 제조업체들은 머신러닝으로 수많은 불량 사례를 학습한 AI가 불량률 감소 및 품질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삼성SDS 등 물류 업체들은 특정시점과 특정구역의 혼잡도를 미리 파악해 최적의 배송 경로를 제시하도록 AI를 활용한다.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AI가 각종 의료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개인별 치료방법을 제안하는 등 의료진의 진단을 보좌한다. 질병 치료를 넘어 개인별 발병확률과 건강관리 방법까지 제안하는 단계다.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AI를 활용, 단순한 자율 운송단계를 넘어 자동차 자체가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는 모빌리티(이동성) 서비스를 만들어 갈 전망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AI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영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방식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2016년 우리 AI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할 때 73.9에 그쳤다. 이에 비해 중국의 AI 기술은 미국의 71.8로 2015년 대비 기술 격차를 0.5년 단축하며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선진국 대비 AI 특허와 관련 논문 건수도 적어 연구역량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제무역연구원 심혜정 수석연구원은 “우리는 AI분야에서 주요 선진국과 달리 범정부적 마스터플랜이 없어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이 힘들고 인력양성과 전문연구센터 설립 등에서도 초보 단계”라며 “공공부문의 선도적 투자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