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백제 무왕의 위용’ 찾다

익산 미륵사지석탑 보수현장 가보니/콘크리트 제거… 돌조각 티타늄 접합/축조 당시 부재 72%까지 활용 보수/높이 14.3m… 이달 중 작업 마무리
24일 전북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석탑 해체·보수 공사 현장(사진)에 들어서자 웅장한 석탑이 위용을 드러냈다. 보수요원들은 석재 표면의 미세한 균열을 메우고 새 돌과 접합할 때 사용한 충전재 등을 꼼꼼히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방문객들은 제모습을 갖추게 된 석탑을 마주하며 감격스러워했다. 작업 상황은 일반에 상시 공개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김현용 학예연구사는 “이번 석탑 보수에는 축조 당시 부재를 72%까지 활용했다”며 “부서지거나 풍화작용으로 떨어져 나간 부분은 원석재와 재료학적으로 동질성을 보인 인근 황등 채석장에서 출토한 새 돌로 정교하게 합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고(最古)·최대(最大) 규모인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의 해체·보수 공사가 대부분 완료돼 이달말이면 옛 모습을 되찾는다. 구조적 안전이 우려된다는 진단결과에 따라 1999년 문화재위원회가 완전해체 후 복원을 결정한 지 20년만이자 2001년 10월 해체작업에 돌입한 지 17년만이다.

김 학예연구사는 “6층 옥개석을 시작으로 1층과 기단까지 해체에만 10년이 걸렸고, 이를 다시 조립하는 데 4년이 소요됐다”며 “이는 현재까지 축조시기 이외 석탑 규모를 알 수 있는 문헌 등이 남아 있지 않은 데다 부재가 심하게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륵사지석탑은 향가 ‘서동요’의 주인공이자 백제 중흥기를 이끈 무왕 재위(600∼641) 때 건립한 것으로 목탑처럼 석재 2800여개를 짜맞춰 쌓았다. 1층 내부에는 동서남북 네방향으로 십자형 공간이 있는데 그 중심에는 심주석(돌기둥)이 형성된 게 특징이다.

석탑 보수는 실측과 함께 3D스캐닝을 한 뒤 정교하게 진행했다. 콘크리트를 제거한 다음 다시 쌓는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작업으로 지난달 모두 마무리해 기단 폭 12.5m 높이 14.3m, 무게 1892t의 전모가 드러났다.

현대기술도 적용했다. 빗물 등으로 씻겨져 내려간 돌 사이 빈틈은 무기질 재료를 개발해 활용했고, 풍화에 깎이거나 부서지고 떨어져 나간 부분은 새 석재를 티타늄 봉으로 접합하는 방식을 접목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전북도는 석재 표면 강화처리 작업을 이달 중 마무리한 뒤 보수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고 3월 중 언론에 공개한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