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몽땅 뽑아냈던 악몽이" 최강 한파 과수농가 발동동

추위 약한 복숭아·감 나무 동해 우려…볏짚 싸매고도 불안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서 5천여㎡의 복숭아 농사를 짓는 박근성씨는 최근 화물차 2대 분량의 볏짚을 구해다가 복숭아나무 밑동을 싸맸다. 영하 15도를 밑도는 초강력 한파로 동해(凍害)가 우려돼서다.
그의 복숭아는 2010∼2011년 겨울을 나면서 3분의 1가량 얼어 죽었다. 그때도 이번 못지않은 강력한 한파를 겪은 뒤 900여 그루가 맥없이 생명을 잃었다.

이후 그는 겨울마다 나무 밑동을 볏짚으로 싸매 월동시킨다. 일손이 모자라 손대지 못한 100여 그루를 제외하고는 올해도 든든하게 겨울옷을 입혀놨다.

이웃의 송성호씨는 복숭아나무 밑동에 볏짚 대신 신문지와 사료 포대 등을 칭칭 감아 동여매 놨다. 볏짚보다 보온 효과가 뛰어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번 한파가 워낙 강력해 얼마나 효과 있을지 걱정이다.

송씨는 "작년 가뭄 등으로 수세 약해진 나무가 많아 지금 같은 추위가 지속되면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강추위가 닷새째 이어지면서 과일 농사를 짓는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자칫 나무가 얼어 죽거나 꽃눈 등이 동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수 중에서도 복숭아·자두 같은 핵과(核果)류는 유독 추위에 약하다. 통상 영하 15도 이하의 강추위에 3일 정도 노출되면 동해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충북 제천시의 최저기온은 영하 21.3도까지 곤두박질했다. 국내 최대 복숭아 재배단지 중 한 곳인 음성군의 수은주도 영하 17.1도까지 떨어졌다.
음성군에서는 8년 전 전체 복숭아밭(900㏊)의 절반이 넘는 490㏊가 동해를 입었다. 죽은 나무를 캐내고 새로 묘목을 심는 등 회복하는 데만 3년 넘는 기간이 걸렸다.

그 뒤 음성군은 월동용 피복(부직포)을 과수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작년 가을에도 1억3천만원을 투입해 100㏊의 복숭아와 자두 등을 싸맬 수 있는 부직포를 공급했다.

음성군 감곡면 해돋이복숭아작목반의 김종오(58) 회장은 "부직포를 싸맸어도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초강력 한파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7년 전 악몽이 되풀이 되지 않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영동군의 감 재배 농민들도 걱정이 크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감나무의 생육 한계온도는 영하 17도(단감은 영하 14도)다.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 장기간 노출되면 나무가 얼어 죽거나 생장점이 파괴돼 정상적인 생육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지서경 영동군 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팀장은 "감나무 동해는 낮은 기온보다도 노출시간의 영향을 더 받는다"며 "낮에도 영하 7∼10도의 강추위가 이어져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은 최근 복숭아밭을 점검했지만,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한파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산간지역 등에서는 동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윤상 충북도 농업기술원 과수팀장은 "지금은 나무가 휴면상태여서 추위를 덜 타는 시기지만, 한파가 장기화될 경우 나무가 동상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지금이라도 밑동을 볏짚 등으로 싸매주고, 해동할 무렵 복합비료 등을 공급해 영양을 높여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