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1-28 13:11:58
기사수정 2018-01-28 13:11:58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이하 1∼4차장검사 모두 특수통
신설 조세범죄조사부·범죄수익환수부도 특수통 '독식'
검찰 일각선 "공안통은 상대적으로 홀대" 볼멘소리도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이 ‘특수통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당장 문무일 검찰총장 본인이 특수통인데다 특별수사에 일가견이 있는 검사들이 잇따라 요직에 발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검사장 이하 1∼4차장검사 등 지휘부 5명이 모두 특수통으로 채워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최근 단행된 검사 정기인사의 핵심은 중앙지검에 4차장검사와 조세범죄수사부, 범죄수익환수부 등 직제를 신설한 것이다. 중앙지검은 1979년 3차장검사가 생겨난 이래 39년간 검사장 및에 차장검사가 3명인 시스템을 유지해왔는데 이번 조직개편으로 차장검사 4명이 검사장을 보좌하는 체제로 확대된 것이다.
차장검사가 4명이나 있는 검찰청은 전국에서 중앙지검이 유일하다. 그나마 서울남부지검, 인천지검, 수원지검, 대구지검, 부산지검 5개 검찰청이 1·2차장검사 체제로 2명의 차장검사를 두고 있을 뿐 나머지 지방검찰청들은 차장검사가 1명씩이다.
중앙지검 4차장검사에는 이두봉 대검찰청 직속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이 임명됐다. 2016년 신설된 특수단은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해 옛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활이란 평을 듣고 ‘미니 중수부’로도 불린다. 이 신임 차장검사는 옛 대검 중수부의 첨단범죄수사과장, 중수부를 승계한 대검 반부패부의 수사지휘과장 등을 지낸 특수통 검사다.
이로써 중앙지검은 검사장(윤석열)은 물론 1차장검사(윤대진), 2차장검사(박찬호), 3차장검사(한동훈)에어 4차장검사까지 지휘부 전원이 특수통으로 채워지게 됐다. 통상 중앙지검의 차장검사는 형사부를 지휘하는 1차장검사엔 기획통, 공안부를 지휘하는 2차장검사엔 공안통, 특수부를 지휘하는 3차장검사에는 특수통을 각각 임명하는 관행이 오랫동안 유지된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문재인정부 첫 검찰 간부 인사 당시 공안부를 지휘하는 중앙지검 2차장검사에 공안통 대신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 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 박찬호 검사가 임명됐을 때부터 ‘특수통 중용’의 기조는 이미 예견된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신설된 4차장검사는 중앙지검의 여러 부서 가운데 조사1·2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공정거래조사부, 조세범죄조사부, 범죄수익환수부를 지휘한다. 기존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로 나뉜 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각종 담합사건을 수사함은 물론 공정위와 별개로 직접 담합 의혹을 포착해 수사하게 된다. 구상엽 현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이 초대 공정거래조사부장에 임명됐다.
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국세청이 고발한 각종 탈세사건 등을 도맡아 수사하게 된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최호영 인천지검 외사부장이 초대 조세범죄조사부장에 임명됐다. 범죄수익환수부는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해외로 빼돌린 재산 추적을 비롯해 뇌물, 횡령 등 범죄가 생겨난 각종 수익을 찾아내 국고로 환수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초대 범죄수익환수부장에는 역시 특수통인 박철우 광주지검 특수부장이 임명됐다.
중앙지검에 범죄수익환수부가 신설된 것과 말맞춰 대검 반부패부에도 범죄수익환수과가 생겼다. 초대 범죄수익환수과장에는 역시 특수통인 김민형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가 임명됐다. 김 신임 과장은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 등에서 근무했고 최씨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에는 국정농단 사건 관련 수사와 공판에 종사해왔다.
이같은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과 비교할 때 공안통 검사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모습이다. 대구지검 공안부장, 국가정보원 파견검사 등을 거쳐 공안통으로 알려진 김재훈 부산지검 1차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상대적으로 한직인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되자 사표를 냈다. 부산지검 1차장검사는 차기 검사장 승진 ‘0순위’ 자리라는 점에서 검찰 안팎의 충격이 크다. 대검 공안3과장과 광주·수원지검 공안부장 등을 지낸 김영규 춘천지검 차장도 인사를 앞두고 의원면직을 신청해 검찰을 떠났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사진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전경. 이번 검찰 인사는 적폐청산 수사를 전담하는 중앙지검의 규모 및 인력을 대폭 늘린 점이 특징이다.
사진 /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을 이끄는 윤석열 검사장. 중앙지검은 이번 검찰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특수통 검사가 대거 보강되고 특별수사 부서도 확대됐다.
사진 /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 왼쪽부터 형사부 담당 윤대진 1차장, 공안부 담당 박찬호 2차장, 특수부 담담 한동훈 3차장, 범죄수익환수 등 담당 이두봉 4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