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체제 모순으로 스스로 붕괴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경우 중국이 군사적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만큼 미리 중국의 염려를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28일 전수미 변호사의 연세대 대학원 정치학과 박사학위논문 ‘비대칭 동맹국가의 약소국 붕괴 시 개입에 대한 연구 : 북한 급변 시 중국의 개입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중국은 역사적으로 늘 한반도 정세에 주목하고, 특히 중국과 맞닿은 한반도 북부에서 중국의 ‘이익’을 위협할 수도 있는 일이 벌어지면 개입을 주저하지 않았다. 한반도 분단 후 북한이 중국의 동맹국이 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 저자 논의의 출발점이다.
비대칭 동맹국가란 중국과 북한처럼 두 동맹국의 국력에 현저히 차이가 나는 경우를 뜻한다. 냉전 시절 소련(현 러시아)과 폴란드·동독·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등 그 동유럽 위성국들이 맺은 관계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1592년 임진왜란, 1894년 청일전쟁, 그리고 1950년 6·25전쟁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일본이 조선을 상대로 임진왜란을 일으켜 한반도 대부분을 점령하자 당시 중국의 명나라는 군대를 보내 조선을 돕기로 결의한다. 이는 일본의 한반도 장악이 명나라 안보를 위협할 수 있음을 인식한데 따른 조치였다. 구한말 조선을 놓고 중국의 청나라와 일본이 전쟁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나라에게 일본의 한반도 점령은 자국의 안보와 위신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6·25전쟁의 경우 중국은 개전 초기에는 관망하다가 미군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 개입으로 북한이 궁지에 몰리자 파병을 단행했다. 미국의 동맹국이자 미군이 주둔한 남한에 의해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란 게 저자의 분석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중국이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마저 위반하는데도 중국의 제재는 소극적이기만 하다. 이 또한 북한과 비대칭 동맹 관계에 있는 중국의 딜레마와 무관치 않다고 논문은 설명한다. 저자는 북한이 체제 자체의 모순으로 쓰러지는 등의 급변 시 중국군이 압록강∼두만강의 국경을 넘어 북한 일대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한다.
이에 저자는 “북한 급변 직후 한국 단독의 통일이 힘들다면 좀 더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을 상대로 통일외교를 진행하여 중국의 우려를 잠식시킨다면 현실적으로 점진적인 남북한 통일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저자인 전 변호사는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 법조인 자격을 취득한 뒤 다시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연세대 통일연구원 연구원, 한중법학회 홍보이사,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왔다. 지난해에는 북한이탈주민 법률지원단 변호사, 파주지역 북한이탈주민 자문위원 등을 맡아 북한이탈주민 인권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변협이 주는 ‘우수 변호사상’을 받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