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사기·환치기·원정투기…가상화폐 사범 무더기 적발

1500억대 가상화폐 사기 총책 국내 압송/3200억대 다단계 사기 벌이다 / 2006년 수배되자 필리핀 도주 / 현지서 가짜 가상화폐 만들어 / “고수익 보장” 3만명 돈 가로채 / 전자지갑 활용 익명거래 악용 / 1700억 규모 원정투기 등 적발

가상화폐를 이용한 투자 사기와 환치기, 원정투기 사범 등이 무더기로 당국에 적발됐다. 피해액만 무려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경찰청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수배를 받아온 마모(46)씨를 31일 필리핀에서 송환했다고 밝혔다. 해외도피 12년 만에 송환돼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 등 전과 5범인 마씨는 마씨는 2003∼2005년 국내에서 피라미드식 다단계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2006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여권을 위조, 중국을 거쳐 필리핀으로 밀항했다. 당시 마씨의 범행으로 발생한 사기 피해액은 3200억원대에 달했다.

필리핀에 체류하던 그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이기로 하고 현지에서 새로 조직을 꾸렸다. 그는 국내외 공범 30여명을 끌어들여 마닐라에 가상화폐 온라인 거래소를 차렸다.

이어 ‘헷지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내세워 서울 강남을 비롯해 22곳에 달하는 투자센터를 개설, “6개월 만에 원금의 2배 이상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마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3만5974명에게서 1552억원에 달하는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마씨는 가상화폐 관련 사기행각을 벌이는 와중에도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금의 15∼35%를 지급한다”며 피라미드 방식으로 투자자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마씨가 내세운 헷지 비트코인은 물품구입 등이 불가능한 가짜 가상화폐였다. 경찰은 마씨가 마닐라에 체류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3월 공동조사팀을 파견, 필리핀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검거했다.

마씨는 현지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며 무장 경호원을 늘 데리고 다녔다. 한국 경찰은 총기를 들고 입장할 수 없는 대형 호텔에 마씨가 들어가는 순간을 노려 현장을 덮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마씨의 공범 30명 가운데 28명을 검거해 6명을 구속했다. 구속한 공범 중 1명은 지난해 12월 필리핀 국외도피사범을 전세기로 단체송환하는 과정에서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마씨는 가상화폐 사기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로 호송돼 조사를 받는다.

관세청도 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무등록외국환업무(환치기)와 원정투기 등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여 지금까지 총 6375억원 상당의 외환 범죄를 적발했다. 이 중 가상화폐와 관련한 불법 거래 규모는 총 1770억원에 달한다.

가상화폐 원정투기는 여행경비·무역 대금 등 명목으로 반출한 고액의 현금으로 태국·홍콩 등지에서 가상화폐를 산 뒤 국내로 전송·판매해 차익을 실현하는 수법이다. 같은 가상화폐라고 해도 한국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30%가량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신종 투기행위다. 기존 환치기는 직접 현금을 해외로 반출하는 방식이 많지만 가상화폐 환치기는 전자지갑을 통한 해외 익명거래가 가능한 특징을 악용했다.

박현준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 [e-mail] 사진=게티이미지스뱅크·세계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