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2-04 19:31:12
기사수정 2018-02-04 21:47:40
치료효과 없는 생명연장 의료 중단 / 임종 앞둔 환자들에 ‘죽음’ 결정권 / 윤리위원회 설치 병원 1.8% 불과 / 의료진들 처벌규정 반발도 거세 / 의식 없는 환자는 가족 합의 확인 / 구체적인 범위 등 놓고 논란 여전
임종을 앞둔 환자가 연명의료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4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에 필수적인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이 1% 남짓에 그친 데다 의료계에서는 처벌규정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의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남길 수 있다. 현재까지 등록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제도 이행 기관은 총 60곳이다.
연명의료란 치료효과는 없지만 임종이 임박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의 4가지 의료행위를 시도하는 것이다. 연명의료의 유보는 처음부터 연명의료를 시작하지 않는 것, 중단은 진행하다가 그만두는 것을 뜻한다.
담당의와 전문의로부터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되면 연명의료를 중단·유보하고 임종을 선택한다는 본인의 의사를 담아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건강한 성인 또한 19세 이상이라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둘 수 있다. 단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찾아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다. 의향서와 계획서는연명의료정보포털(www.lst.go.kr)에서 조회할 수 있고 당사자는 언제든지 내용을 수정하거나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본격 시행됐지만 아직 일부 논란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먼저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환자 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은 환자의 의사능력이 있을 때는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확인한다.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는 △사전연명의향서와 의사 2인(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가)의 확인 △가족 2인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과 의사 2인의 확인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 등으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 2인 이상이 같은 진술을 하더라도 나머지 가족이 반대의 진술을 할 경우 의료진의 판단이 쉽지 않고 추후 갈등 가능성이 남게 된다. 가족의 범위 또한 직계 존·비속, 형제 등으로 제시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지는 논란 가능성이 여전하다.
윤리위를 설치한 의료기관이 저조한 것도 문제다.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전국 3324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59곳(1.8%)에만 윤리위가 설치됐다.
현장에서는 의료진에 대한 처벌규정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문서를 허위 작성한 의사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복지부는 관련 처벌 규정의 적용을 1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족 진술에 대한 판단기준 등을 보완해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에 보고할 것”이라며 “입법 취지에 맞지 않거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사례를 분석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