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복귀' 삼성전자, 인공지능 등 글로벌 M&A 속도 낼듯

경영 정상화 '속도전' 예상…투자·고용 확대 내놓을 수도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353일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을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나면서 삼성그룹으로서는 경영 정상화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지난해 2월 17일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지 353일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3년 넘도록 와병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마저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은 '총수 부재'의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야 했다.

이날 이 부회장이 집유로 풀려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은 치열한 기업 간 글로벌 경쟁에 다시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약 1년간 경영 일선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사장단 인사나 주주환원 확대, 주식 액면분할 등 주요 경영 현안은 옥중에서도 꾸준히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신속한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그동안 사실상 중단됐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인수합병)와 대규모 투자 등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IT(정보기술)·전자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인공지능(AI),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사물인터넷(IoT) 등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이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한 M&A가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뒤 굵직한 M&A가 실종된 상황이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도 '반도체 호황 이후'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로 인해 대형 M&A에 대한 결단이 어렵다고 호소해온 만큼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글로벌 M&A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 확대 등의 조치도 있을 수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해 그룹 차원에서 투자나 고용 확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사회환원 약속의 이행 같은 조치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회장은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드러난 주식·예금·채권 등 차명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한 뒤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10년이 되도록 이런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회 청문회 때 이 부회장은 "어머님, 형제들과 상의해 봐야겠지만 저희가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오면 정말 좋은 일에 쓰겠다"며 사회환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근 발표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등에 따라 삼성생명이 자본 확충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는 등의 조치가 잇따를지도 관심이다.

금융 당국이 내놓은 통합감독 방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7.55%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통합감독이 도입돼 계열사 출자분이 삼성생명 적격자본에서 빠지면 자본 적정성 지표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