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1시간 운전에 일당 5만원… 위험 안고 달리는 셔틀버스

살인적 노동강도 ‘도마위’ / 대회기간 동안 약 2000여대 운행 / 하청에 재하청 … 최저임금도 안돼 / “지난달 15일부터 하루도 못 쉬어” / 조직위 “애로사항, 공급사에 건의를… 안전운전 위해 시정하겠다” 해명만
평창동계올림픽 모의 개회식이 열린 지난 3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스타디움 앞에서 관람객들이 셔틀버스에 오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참여했습니다. 그때는 일주일에 하루는 꼭 쉬고 하루에 8시간만 운전했어요. 여긴 살인적인 일정입니다.”

5일 평창에서 강릉미디어촌으로 이동하는 길에 만난 올림픽 셔틀버스기사 박모(48)씨는 기자에게 고된 노동 현실을 털어놨다. 박씨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평창에서 강릉을 오가는 장거리 셔틀버스를 운전한다. 하루 11시간 운전하는데 손에 들어오는 일당은 5만원. 박씨는 “듣기로는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책정한 돈은 이것보다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하청에 또 하청을 받은 회사 소속이라 중간에 빠지는 게 많은 것 같다”며 “최저임금도 안 나오지만 겨울은 비수기인 데다 올림픽이라는 국가 행사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겠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답답해했다.

버스기사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보안요원 등의 열악한 처우가 개막 전부터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운영인력들의 근무환경은 언론 보도 이후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이날 보안요원 30여명이 노로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으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대처가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평창동계올림픽 셔틀버스 기사 박모씨가 5일 평창에서 강릉으로 취재진을 태우고 이동하고 있다. 평창=최형창 기자
버스기사들은 자원봉사자와 달리 일당을 받고 일하고 있어서 그동안 불편을 호소하지 못했다. 대회기간에는 약 2000대의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선수, 미디어, 대회 운영인력뿐 아니라 개막 후에는 관중까지 이용한다. 자칫 운전기사가 졸음운전으로 사고라도 나면 기사 본인뿐 아니라 탑승객들의 생명에도 해를 끼친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진부와 정선을 오가던 셔틀버스는 평창군 진부면 수항터널 근처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셔틀버스 기사 근무환경실태를 전수조사해 개막 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회에는 총 1845명의 운전기사가 투입된다. 이날까지는 총 1100여명이 근무 중이다. 박씨는 셔틀기사도 ‘급’에 따라 나뉜다고 설명했다. 대회기간 운행되는 버스는 모두 현대기아차에서 평창조직위에 후원했다. 현대기아차는 금호홀딩스(금호고속)와 계약했다. 금호홀딩스는 자체 버스와 기사만으로 셔틀버스를 운영할 수 없어서 전국 관광버스 업체들과 하청, 재하청 계약을 맺었다. 박씨는 “금호 소속 기사들은 제대로 대우받는다고 들었다”며 “이틀 운전하고 하루 쉰다는데 우리도 하루 8시간 운전하고 주 1회만 쉴 수 있어도 좋겠다. 1월15일부터 와서 하루도 못 쉬었다”고 하소연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근로 가이드라인에 하루 8시간 이상 휴식을 보장한다. 우리는 현대기아차의 후원을 받았기 때문에 자세한 계약관계는 모른다”면서도 “불편한 점이 있으면 각 공급사에 관리자를 통해 건의하면 된다. 최대한 안전운전할 수 있도록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자원봉사자 문제도 시한폭탄이다. 지난 3일 모의개회식에 투입된 자원봉사자 60여명은 강추위 속에 1시간 가까이 버스를 기다리는 등 혹한 속에 벌벌 떨어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조직위 설득으로 다시 복귀했다. 하지만 개회식을 앞두고 제대로 시정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 다시 집단 행동을 벌일 수 있어 조직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이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페이스북에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려 이들을 격려했다.

평창=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