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55세 은퇴요? 먹고 살려면 72세까진 일해야죠"

우리나라 노년층의 은퇴가 점점 늦어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빈곤 때문에 늙어서도 열심히 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노인들이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고령층 절반 이상은 생계와 노후대비 등을 위해 평균 72세까진 일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의 바람과 사뭇 달랐습니다. 사업 부진이나 휴·폐업 등으로 인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나이가 평균 49세였습니다. 노후 준비와 가족 생계 부담이 큰 연령대에서 퇴사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 고령층 가운데 공적연금이든 사적연금이든 최근 1년동안 연금을 수령한 사람은 채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실제 연금을 받은 사람도 한달에 손에 쥐는 돈은 52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평균 수명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고령층(55∼79세)이 72세까진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하는 목적의 절반 이상은 생활비 충당이었다.

연금 수령자 비율은 고령층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으며, 월평균 수령액도 52만원에 불과했다.

고령층이 가장 오래 일한 일자리에서 그만둔 평균 연령은 50세에 미치지 못했으며, 그 가운데 절반만 재취업에 성공했다.

◆평균 수명 길어져…고령층 72세까진 일하고 싶어 해

통계청의 '2017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한국의 고령층(55∼79세) 인구는 1291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작년 5월 기준 한국 고령층(55∼79세) 인구는 1291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6.2%, 고용률은 54.8%로 각각 1.1%포인트 상승했다.

취업 경험이 있는 55∼64세 고령층 가운데 생애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의 평균 근속 기간은 15년 3.8개월로, 1년 전보다 4.7개월 증가했다.

기간대로 보면 10∼20년 미만 근속 비중이 30.0%로 가장 컸으며, 30년 이상 근속 비중은 15.3%로 가장 적었다. 20∼30년 미만은 19.6%, 5∼10년 미만은 17.9%, 5년 미만은 17.1%를 각각 차지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은 10년 미만 근속 비중(52.6%)이 가장 높았지만, 남성은 20년 이상 근속 비중(50.5%)이 가장 높았다. 그만큼 남성보다 여성이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주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49.1세로 1년 전과 동일했다. 이 가운데 52.6%만 재취업해 현재 일을 하고 있다.

다만 49.1세는 현재도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 재직하고 있는 경우를 제한 평균이다. 고령층이 평균적으로 50세 이전 직장을 그만뒀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통계청은 강조했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그만둔 이유를 살펴보면 '사업부진, 조업중단, 휴·폐업'이 전체의 31.0%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어 '건강이 좋지 않아서'(19.2%), '가족을 돌보기 위해'(15.5%),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11.9%) 등이었다. 정년퇴직은 8.0%에 불과했다. 42.9%가 경기 불황과 관련해 일을 그만둔 셈이다.

55∼79세 고령층 중 지난 1년간 연금(공적연금+개인연금) 수령자 비율은 45.3%(584만7000명)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52만원으로 1년 전보다 1만원 올랐다.

10만∼25만원 미만 수령자 비중이 46.8%로 가장 컸다. 25만∼50만원 미만은 26.2%, 50만∼100만원 미만은 13.6%, 100만∼150만원 미만은 4.0%였다. 150만원 이상 수령자 비중은 8.7%였다.

연금 수령 대상과 금액은 다소 오르는 추세지만, 혜택을 받는 이들은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평균 금액도 올해 월 최저임금인 135만원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고령층 92.1%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다"

앞으로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층 비율은 62.4%(805만5000명)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일하고 싶은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탬'(58.3%), '일하는 즐거움'(34.4%)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무료해서'(3.3%), '사회가 필요로 함'(2.3%), '건강유지'(1.6%) 등도 있었다.

현재 일하는 고령층(708만4000명) 가운데 92.1%(652만5000명)는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했다. 취업 경험이 있는 미취업자(532만8000명) 중 28.2%(150만5000명)도 일을 하고 싶어 했다. 평생 일자리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고령층(50만5000명) 중 4.8%(2만4000명)도 앞으로 일하고 싶어 했다.

일을 더 하고 싶은 고령층은 평균 72세까지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래 근로 희망 고령층의 일자리 선택 기준은 '일의 양과 시간대'(26.3%), '임금수준'(25.0%), '계속 근로 가능성'(16.6%) 순이었다.

교육 정도별로 보면 중졸 이하는 '일의 양과 시간대'(30.4%), 고졸은 '임금수준'(27.5%), 대졸 이상은 '일의 내용'(21.5%)이 우선 선택 기준이었다.

이들이 원하는 월평균 임금수준은 150만∼200만원 미만(27.4%), 100만∼150만원 미만(26.3%), 50만∼100만원 미만(16.8%), 200만∼250만원 미만(14.3%) 등이었다.

희망하는 일자리 형태는 전일제가 64.5%였고 시간제는 35.5%였다. 나이가 많을수록 전일제 희망 비중이 줄고 시간제 희망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다.

통계청은 "고령화의 영향으로 은퇴 이후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전보다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하다"며 "건강 측면에서도 여건이 되기 때문에 더 오래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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