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의 개막식이 열린 강원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을 찾았다.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피겨 퀸’ 김연아의 환상적인 피날레 장면 외에 눈길을 끌던 것은 바로 건축물이었다. 3만5000명이 앉아 화려한 무대를 바라볼 수 있는 펜타곤(오각형) 모양의 대형 건축물에서 콘크리트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앉을 수 있는 의자라든가, 그 의자가 놓여 있는 바닥재 등은 비가소성 소재인 콘크리트 대신 철골을 많이 활용해 사용 후 쉽게 해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관람석과 조명시설 등은 모두 조립식으로 설치되어 있어 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해 재활용할 수 있다. 컨테이너 박스 등과 같은 임시 구조물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스타디움을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올림픽 후 특별한 쓰임새를 찾기 어려운 탓이다. 인구 4만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인 평창에서 이 거대 규모의 스타디움은 제대로 활용되기 쉽지 않다. 올림픽이 끝나면 이 스타디움은 공원으로 바뀌게 된다.
불확실성이 크면 ‘팝업’(갑자기 툭 튀어나옴)의 가치는 커진다. 건축물은 이 같은 팝업이라는 현실에 맞추어 조립식으로 지어져 얼마든지 해체 후 재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공장에서 건축물 구조를 모두 만들어낸 뒤 현장에서는 설치만 하는 ‘프리패브’(pre-fabricated) 건축이 각광을 받고, 조립식 건축물이 등장하는 이유는 불확실성에 맞서는 한가지 대응방식이기 때문이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행사는 한꺼번에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가 끝난 뒤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행사를 위해 영구적인 인프라를 구축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잦다.
올림픽스타디움만 이 논리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로 대형 행사 후 발생하게 될 높은 공실률은 도시를 망가뜨리는 커다란 골칫거리로 대두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과 공유경제가 주는 가치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한 해법을 제공해준다.
|
강원 평창 소재 에어비앤비 숙소의 벽난로 앞에서 쉬고 있는 손님의 모습. |
<세계닷컴>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