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2-11 19:08:23
기사수정 2018-02-11 21:50:52
女피겨 단체전 쇼트 65.73점 ‘개인 최고점’ / 2017년 6월 암으로 어머니 잃고 슬럼프 / 역경 이겨내고 또한번의 성장 이뤄내 / 최고점 3.07점 끌어올려… 6위 올라 / 韓 종합 9위… 예선전 ‘아쉬운 탈락’
‘피겨여왕’ 김연아의 은퇴 이후 허전함을 느끼던 피겨스케이팅 팬들은 지난해 최다빈(18·수리고)의 활약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다. 최다빈이 매 경기마다 폭풍 성장을 이어가며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을 안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박소연(21·단국대)의 기권으로 대신 출전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깜짝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 달 뒤 역시 동료의 부상으로 대리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실수 없는 연기로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최다빈의 활약으로 한국 여자 싱글은 두 장의 올림픽 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 단체전에 나선 최다빈이 한국에 또 한 번의 ‘깜짝 선물’을 선사했다. 최다빈은 11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7.16점에 예술점수(PCS) 28.57점을 합쳐 65.73점을 따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프로그램 최고점(62.66점)을 3.07점이나 끌어올린 기록으로 단체전 10명의 연기 중 6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여자 싱글 전까지 단체전 10개팀 중 최하위를 기록한 한국은 최다빈이 팀포인트 5점을 따내며 총점 13점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종합 9위로 올라섰다. 5개국이 경쟁하는 프리스케이팅에는 캐나다(35점), 러시아(31점), 미국(29점), 일본(26점), 이탈리아(26점)가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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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빈이 11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팀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
이날 최다빈의 연기는 빛났다. 여자싱글 단체전에 나선 10명 중 여섯 번째 연기자로 나선 최다빈은 영화 ‘옌틀’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인 ‘파파 캔 유 히어 미’(Papa Can you Hear Me)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첫 번째 점프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히 해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는 후반부에 배치한 트리플 플립, 더블 악셀 등에서도 추가점을 받으며 깔끔하게 연기를 끝냈다. 자신의 연기에 만족한 듯 주먹을 불끈 쥔 최다빈은 환하게 웃으며 관객의 환호에 답례를 보냈다.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뤄낸 최다빈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신혜숙 코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울먹거렸다.
경기 후 최다빈은 “날 믿어주셨던 엄마가 있어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지만 눈가엔 작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최다빈은 지난해 6월 암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이후 한동안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해 슬럼프에 빠졌지만 역경을 이겨내며 다시 일어섰고, 결국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뤄냈다. 최다빈은 “큰 부담 없이 하려고 했는데 좋은 점수가 나와 나도 놀랐다”며 “팀 이벤트라 동료가 응원해 줘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남자싱글의 최준환(17·휘문고)에 이어 최다빈까지 단체전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며 개인전의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두 선수가 올림픽의 분위기와 링크의 빙질 등을 충분히 경험한 데다 자신감까지 100% 충전했다는 점에서 개인전에서의 또 한 번의 선전이 기대된다.
강릉=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