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이제 ‘일상의 공포’로 자리 잡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시민 10명 중 9명은 "이젠 미세먼지 공포가 일상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엔 이렇다 할 미세먼지 정책이 없는 실정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및 마스크 사용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93.8%)이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인지하고 있을 만큼 사회전반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세먼지 관련 뉴스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83.2%가 평소 미세먼지에 대한 소식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이런 모습은 2017년(83.7%)과 비슷했다.
실제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체감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았다. 절반 이상(53.9%)이 최근 미세먼지가 ‘정말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응답한 것으로, 특히 여성(남성 48%, 여성 59.8%)과 30대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보다 크게 느끼는 모습이었다. 지방 지역(43.6%)보다는 서울(59.3%) 및 인천·경기(60%) 지역에서 미세먼지가 정말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훨씬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 미세먼지가 많다는 것을 ‘어느 정도’ 느낀다는 응답(36.3%)까지 포함하면, 거의 대부분(90.2%)이 미세먼지로 인한 폐해를 일상생활에서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식은 작년(17년 91.6%→18년 90.2%)과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반면 미세먼지가 많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7.5%), 전혀 느끼지 못한다(0.9%)는 응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상생활이나 외출 시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많이 취하는 행동은 손을 자주 씻고(72.7%, 중복응답), 물을 자주 섭취하는(60.4%) 것이었다. 외출과 나들이를 자제하고(52.5%),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44.1%)도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밖에 청소와 빨래를 자주하고(21.3%), 고사양 마스크를 구입하며(20.9%), 적절한 실내 습도를 유지하면서(20.5%)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향후 대기오염 및 미세먼지가 악화될 경우에도 대처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세먼지가 더욱 악화될 경우 손을 자주 씻겠다(61.2%, 중복응답)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외출과 나들이를 자제하고(57.4%), 물을 자주 섭취하며(53.6%), 고사양 마스크를 구입할 것(52%)이라는 응답이 주를 이룬 것이다.
◆85.8% "미세먼지 공포, 이젠 일상이 된 것 같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전반적인 인식을 조금 더 들여다본 결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 문제는 이미 하나의 ‘공포’로 자리잡은 모습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85.8%가 미세먼지 공포가 이제는 일상이 된 것 같다는데 공감한 것이다. 이런 인식은 작년 같은 조사(87.4%)와 비슷한 수준으로, 미세먼지의 공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94.4%)이 마스크를 쓴 시민의 모습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최근 심각해진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반면 마스크를 쓰거나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보면 유난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는 시각(10.5%)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미세먼지를 수도권만의 문제(6.6%)라고 국한시켜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드물 만큼, 미세먼지 문제는 오늘날 한국사회 전체가 마주한 중요한 현안으로 볼 수 있다.
10명 중 8명(79.6%)이 아직은 국내에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한 이렇다 할 정책이 없는 편이라고 바라볼 정도로 국가적인 차원의 대응 시스템은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다만 작년 조사에 비해서는 미세먼지 관련 정책이 없다는 인식(17년 86.4%→18년 79.6%)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환경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는 거의 대부분(92.3%)이 공감했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걱정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전체 85%가 요즘 따라 미세먼지와 관련한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는데, 그 중에서도 여성(87.8%)과 30대(88%)가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를 많이 내비쳤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94.6%)이 미세먼지가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라고 밝힐 만큼 건강에 대한 염려가 두드러졌다.
미세먼지에 의해 여러 가지 활동들도 제약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4.9%가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가급적 여가활동은 실내에서 하는 편이라고 밝혔으며, 실내 환기를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73.6%에 이르렀다. 작년에 비해 가급적 여가활동을 실내에서 하는 사람들(17년 73%→18년 74.9%)과 실내 환기를 잘 시키지 못하는 사람들(17년 69.4%→18년 73.6%)이 더욱 많아진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10명 중 7명은 모임이나 미팅은 가급적 이동시간을 줄이거나 실내에서 하려고 하며(70.8%), 바깥 취미활동의 비중이 감소한 편이라고(69.5%) 밝히기도 했다.
◆10명 중 7명 "대중교통 무료 정책으로 미세먼지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다"
최근 서울시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정책의 일환으로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대체로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해당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선 전체 10명 중 7명이 대중교통 무료정책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고(69.5%), 이번 계기로 환경개선을 위한 예산안 등의 확보가 가능해질 수 있다(68.7%)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일 때 발동되는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정책이 이슈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미세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여론의 조성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거주자 및 진보성향 응답자들이 대중교통 무료정책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이를 계기로 환경개선을 위한 예산안 등의 확보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내비쳤다.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을 덜어주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을 알 수 있는 정책이며(61.1%),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 보기 좋았다(61%)는데도 10명 중 6명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의 취지와 그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번 정책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90.7%)이 대중교통 무료 정책보다는 좀 더 효과적인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본 것이다. 전체 응답자의 72.6%가 대중교통 무료 정책으로 대중교통의 이용이 늘어나도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생각을 내비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정책이 미세먼지 저감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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