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중대형은 상대적으로 덜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저효과란 비교 대상시점(기준시점)의 상황이 현재 상황과 너무 큰 차이가 있어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호황기의 경제 상황을 기준시점으로 현재의 경제 상황을 비교하면, 경제지표는 실제보다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반면 불황기 경제 상황을 기준시점으로 비교하면, 경제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져 나타날 수 있다.
최근 부동산114가 주택면적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전국의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값은 8·2부동산 대책 이후 6개월(2017년 8월∼2018년 1월)동안 평균 2.9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용 60㎡ 아파트 가격이 2.38%, 전용 60∼85㎡가 2.78% 오른 것에 비해 높은 상승률이다.
앞서 8·2대책 이전 6개월(2017년 2∼7월)동안 전국 아파트 전용 85㎡ 초과 상승률은 2.97%로, 전용면적 60㎡ 이하(3.16%)나 전용 60∼85㎡(3.53%) 보다 낮았다.
8·2대책 이후 중소형 아파트값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는 사이 중대형은 되레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8·2 대책 이후 중소형 상승폭 둔화…중대형은 되레 커져
특히 경기도 경우 8·2대책 이전 6개월간 전용 60㎡ 이하가 2.18% 오르고, 60∼85㎡가 1.72% 오르는 동안 중대형인 85㎡ 초과는 1.21%로 상승폭이 가장 낮았다.
8·2대책 이후 상황이 역전, 전용 85㎡ 초과 아파트값이 1.8% 오르면서 전용 60㎡(1.41%)나 60∼85㎡(1.7%)의 상승률을 앞질렀다.
최근 중대형 아파트값 강세 추이는 한국감정원의 규모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해 11월 전체 지수를 100으로 다시 산정한 가운데 올해 1월 전용면적 60㎡ 이하의 아파트는 매매가격지수가 100으로 변동이 없었다. 반면 전용 85㎡ 초과∼102㎡ 이하는 100.8, 135㎡ 초과는 101.0을 기록하는 등 상대적으로 중대형의 오름폭이 컸다.
주택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용 60∼85㎡ 이하 중소형 매매가격 지수도 100.2로 중대형보다 낮았다.
서울 시내 아파트 매매가 지수도 전용 60∼85㎡ 이하가 102.2인 반면, 전용 85㎡ 초과∼102㎡ 이하와 전용 135㎡ 초과가 103.0로 중대형이 더 높다.
중대형 공급 물량 증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택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중대형 아파트는 한동안 주택시장에서 '찬밥 신세'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8·2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다시 강화, 보유 주택수 축소와 함께 구입하는 주택형도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다시금 중대형이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
◆다주택자 규제, 중대형 수요 ↑…수급 불일치로 가격 '高高'
중대형 아파트 공급물량이 감소, 희소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년(2006∼2007년) 동안 전체 신규 분양 아파트의 34%, 37%에 달했던 중대형 아파트 공급물량은 주택경기 침체와 맞물려 2005년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7∼8% 수준으로 급감했다.
공급물량은 줄었는데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중대형 수요는 늘면서, 일부 수요과 공급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발생하며 중대형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8·2부동산 대책 이후 전국적으로 '똑똑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인기지역으로 주택 수요자들이 몰리는데 이어 한동안 '찬밥 신세'였던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앞으로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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