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2-19 06:00:00
기사수정 2018-02-18 23:43:47
관악, 전담팀 만들어 단속하자/영수증 등 갈기갈기 찢고 버려/투기자 신원 확인할 방법 없어/區 “한 번만 걸려도 과태료 폭탄/
홍보 병행해 투기 뿌리뽑을 것”
‘떡, 종이팩, 화장품, 피클, 먹다 남은 피자, 햇반, 참기름병, 택배 송장…….’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원동의 한 전봇대 아래 버려진 일반쓰레기 종량제봉투(10L)에서 음식물과 재활용쓰레기가 함께 쏟아져 나왔다. 무단투기보안관 공경숙(52·여)씨는 누가 버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쓰레기를 샅샅이 뒤졌지만 투기자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과 택배 송장은 없었다. 영수증은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조각났고 택배 송장은 주소와 이름 부분만 제거된 상태였다.
공씨는 “영수증이나 공과금 고지서, 택배 송장을 고의로 갈기갈기 찢어버리면 아무리 무단 투기 쓰레기를 발견하더라도 과태료를 매길 수 없다”며 “양심만 떼고 버리는 쓰레기는 (단속해도)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2시간 동안 신원동 일원에서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거나 분리배출 규정을 지키지 않은 봉투 10여개를 발견했다. 그러나 단 한 건도 무단 투기자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감자 껍질과 두부 등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한 검은 비닐 봉투에는 버린 사람을 특정할 증거는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다.
무단투기보안관 기삼명(64)씨는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아예 추적할 수 있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쓰레기가 자주 발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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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원동에서 무단투기보안관들이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신원 확인을 위해 영수증과 택배 송장 등을 찾고 있다. 관악구 제공 |
서울 관악구가 ‘쓰레기 없는 깨끗한 관악’을 만들고자 지난해 11월 1일 무단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00일이 지났다. 전국 최초로 ‘무단투기대응팀’을 만들어 무단투기 근절에 나서면서 개선 효과를 내고 있지만 양심 불량 무단투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구는 쓰레기 매일 수거제와 이동형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 등으로 무단투기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18일 관악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단속한 쓰레기 무단투기는 총 2474건이었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1419건에 대해 1억9540만원의 과태료 부과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단속 건수(1920)는 28.9%, 과태료 부과(1162)는 22.1% 증가했다. ‘쓰레기 정류장’으로 불리는 상습 무단투기 지역은 257곳에서 165곳으로 35.8% 감소했다.
구는 활발한 단속과 더불어 쓰레기 매일 수거제와 무단투기 근절 홍보로 시민 생활습관 개선에도 나섰다. 단속 강화가 ‘채찍’이라면 매일 수거제와 무단투기 근절 홍보는 주민 인식을 바꾸는 ‘당근’인 셈이다. 올해부터 수거 횟수는 주 3회에서 토요일을 제외한 주 6회로 늘어났다. 구는 마을버스와 지정 게시대 등에 무단투기 근절 안내하는 홍보 현수막을 붙이고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동별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분리배출 시간(오후 6시∼자정)을 지키지 않거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무단투기 쓰레기도 여전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동별 순찰팀과 무단투기 지킴이·무단투기보안관, 이동형 CCTV 등을 활용해 무단투기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무단투기는 200번 성공해도 단 한 번만 걸리면 과태료 폭탄으로 망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단속과 홍보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