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중소거래소 '부글부글'…"총회서 가상계좌 논의해야"

대형사 4곳만 가상계좌 발급…중소거래소, 법인계좌 쓰거나 거래중단 상태
블록체인협회 창립 한 달도 안 돼 대거 탈퇴 가능성…협회 "의견수렴할 것"
은행 가상계좌 발급을 놓고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소 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창립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불만이 커진 중소거래소들이 총회 개최를 요청했고 협회 측은 별도 위원회에서 거래소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와 코인네스트, 코인피아 등 거래소 12곳이 한국블록체인협회에 공동으로 공문을 보내 은행 가상계좌 발급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총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협회가 회원사에 자율규제위원회의 보안 심사를 받고 회비를 납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자 중소거래소 등이 업계의 당면한 문제인 가상계좌 발급부터 논의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한 중소거래소 관계자는 "애초에 협회에 가입했을 때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 은행에서 가상계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블록체인협회 창립총회에서 회장에 선출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현재 이른바 4대 거래소로 꼽히는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네 곳에만 가상계좌가 제공되고 있다. 나머지 거래소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가상계좌 발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원화 입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거래소는 법인계좌 또는 가상화폐 거래를 이용하거나 아예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코인네스트는 현재 원화 입금을 막고 암호화폐 전송을 통한 입금만 받고 있으며, 고팍스는 법인계좌로 입금을 받고 있다.

코인피아는 원화 입금이 막힌 상태로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보고 지난 6일부터 아예 거래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코인피아 측은 "명확한 (당국의) 방침이 나오지 않아 (거래중단 상태)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법인계좌를 통한 거래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상계좌 발급 문제는 신규 진입하려는 거래소에도 높은 문턱이 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 합작 가상화폐 거래소인 지닉스는 지난달 말 가상계좌 서비스 도입 어려움을 언급하며 출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지닉스 역시 블록체인협회 회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당장 가상계좌 부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가상화폐 기반 거래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 거래소는 대부분 금융 당국이 요구한 실명확인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은행들이 거래소와의 신규 가상계좌 계약을 꺼리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중소거래소의 불만이 쌓이면서 협회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창립총회를 연 블록체인협회가 출범 한 달도 되기 전에 쪼개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4대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만 가상계좌가 발급되고 있고 협회는 나머지 거래소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계속 답변이 없다면) 갈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형 거래소와 중소거래소 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창립총회를 앞두고 회원사가 협회비에 비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정관에 대해 중소거래소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해당 의견이 받아들여져 업체마다 동일한 의결권이 부여됐다.

심각성을 감지한 협회 측은 이날 오후 안에 중소거래소에 답변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답변서에는 전하진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이 12일 금융당국 관계자를 만나 자율규제안 취지를 설명했다는 내용 등 협회가 당국을 상대로 벌인 노력에 대한 설명이 담길 예정이다.

또 암호화폐 취급업체 운영위원회를 통해 거래소의 의견을 모으겠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도 가상계좌 발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중소거래소의 목소리도 듣고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