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아리아리] 일부 네티즌 ‘외국선수 SNS 테러’ 유감

억울한 판정 받으면 악성 댓글 쏟아내 / 현장서 쌓은 긍정적 한국 이미지 깎아 최근 강릉 현장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에게 네덜란드 취재진이 찾아왔다. 네덜란드 쇼트트랙 싱키 크네흐트(29)의 인스타그램이 한글 욕설로 도배됐는데 기자의 의견을 물었다. 네덜란드 레이우아르더 콰란트 요한 스토베 기자는 “밖에서 만나면 친절하고 상냥한 한국인들인데 SNS에서는 굉장히 무섭게 변하는 것 같다”고 의아해했다.

발단은 이렇다. 크네흐트는 임효준(22·한국체대)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크네흐트는 시상식 때 선물로 받은 수호랑 인형을 받쳐들면서 옆자리에 있던 임효준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이 기사에 실렸다. 온라인에서 잠깐 이슈가 되자 일부 네티즌이 크네흐트 인스타그램에 달려갔고 온갖 육두문자를 날렸다. 크네흐트는 “오해일 뿐 의도한 행동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단순히 크네흐트뿐 아니라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최민정이 실격을 당한 뒤 캐나다의 킴 부탱(24)이 동메달을 차지하자 네티즌은 부탱의 인스타그램에 달려가 또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 부탱은 소셜미디어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경찰은 악성댓글을 단 네티즌을 찾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한동안 한국 취재진을 피하던 킴 부탱은 여자 1500m 결승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상처를 입긴 했지만 화가 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 번 바꾼 인스타그램 계정 비공개를 ‘공개’로 바꾸지 않았다.

최형창
문화체육부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 중인 외국 취재진과 관계자들은 자원봉사자 등 운영인력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친절함에 고마워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 악플 테러는 현장에서 쌓은 긍정적인 한국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깎아먹는 격이다. 한국 선수가 억울한 판정을 받거나 인종차별격 행동을 당할 때 분노가 치미는 데는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포털사이트 뉴스 기사 댓글을 넘어 당사자의 개인 공간까지 들어가서 지나친 악플을 쏟아내는 건 결국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뿐이다.

그나마 며칠 사이 악플 뒤로 선플이 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한국 쇼트트랙 남자 선수들을 1000m 결승에서 넘어뜨린 류 사오린 샨도르 SNS 최근 게시글에는 초반 악플이 가득했지만 이후 격려하는 댓글로 뒤덮이고 있다. 밖에서 친절한 한국인, SNS에서도 상냥한 모습을 보고 싶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