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2-19 19:09:12
기사수정 2018-02-20 10:35:01
쏟아지는 악재에 불황 심화 우려 / 美, 반도체·車로 전선 확대 가능성 / “세제개혁 겹치면 리스크 최고조” / 세계경제 호황 속 한국만 침체 걱정
대내외에서 쏟아지는 악재에 재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미국발 통상파고가 거세지면서 철강,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들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을 필두로 친노동 성향의 정책이 쏟아지고 반기업정서는 날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기에다 사정 당국의 칼날에 기업 총수까지 구속되면서 투자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자칫 올해 세계경제의 호황 속에 우리만 불황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태양광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이어 철강에 대해서도 강력한 수입규제안을 발표하면서 또다른 수출 주력인 반도체와 자동차 품목으로 보호무역 전선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대미 수출액은 34억달러, 자동차는 147억달러에 이른다.
반도체는 미국 기업 제소로 시작된 특허 침해 조사가 여러 건 진행 중이다. 국제적으로 관세가 미미해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가전, 철강 등과 달리 지식재산권 침해 제소 등으로 우회 압박해 경쟁력을 훼손시킨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한국, 중국, 대만, 일본 기업 등을 상대로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대한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40%로 글로벌 1위다. ITC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 메모리 모듈에 대한 특허 침해 여부도 조사 중이다. 이를 토대로 ITC는 수입금지까지 명령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제소되면 2∼3년의 시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 비용(변호사비)이 든다”면서 “신기술 개발 등 경쟁력 확보에 매진해도 부족한데 기회손실은 뼈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나서자 미 대표 기업인 제네럴모터스(GM)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민관이 손발을 맞추는 형국이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일련의 행보에 산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 규제는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 협력사, 지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전방위적 압박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일본은 아시아 지역을 책임지는 파트너로 인식하지만 한국은 미·일 동맹의 수혜자로 인식한다”면서 “군사동맹에서 얻는 이득만큼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명 산업연구원 산업통계분석본부장은 “통상 압박은 실체가 대부분 드러났지만 미 세제개혁이 산업계에 미칠 후폭풍은 예상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