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먼저 변호사에게 형량 묻고 기자회견 리허설까지"…내부 폭로

극단 연희단거리패 소속이었던 오동식이 이윤택 연출가의 행위를 고발하는 내용의 페이스북 글.

한국 연극계 거물 이윤택 연출가가 후배 여성 단원들을 성추행했다는 고발이 이어지고 잇는 가운데 그가 이끌어 왔던 연극단 내부에서 '사과 기자회견 리허설을 가졌고 연극계 은퇴도 진정성이 없었다'라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극단 연희단거리패 중추 멤버였던 배우 오동식은 21일 페이스북에 "나는 나의 스승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오동식은 "이윤택 연출의 성추행을 공개 고발한 첫 번째 글이 올라왔던 14일 새벽 이윤택 연출과 극단 대표가 대책회의를 했으며 이후 이 연출의 지시에 따라 서울 30스튜디오에서 진행 중이던 '수업' 공연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피신했다"고 파문이 시작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동식은 "그날 부산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는 연희단거리패와 극단 가마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피해자의 입장이나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오후 회의에서 이윤택 연출은 성추행을 폭로한 김수희 대표에 대해 모독과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면서 "(이 연출은) 자신이 연극을 당분간 나서서 할 수 없으니 저와 같은 꼭두각시 연출을 세우고 간간히 뒤에서 봐주겠다고 했다"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오동식은 "이윤택 연출이 이후에도 앞으로 할 작품과 캐스팅을 논의했고 변호사를 알아보는 등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윤택 연출이 '김보리'(가명)씨의 성폭행 주장이 나온 뒤 선배 단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극단 대표가 진짜인지를 물었으며 "(김보리씨의 주장이)사실이었고 그것은 강간이었다"고 했다.

오동식은 이윤택 연출이 공개 사과를 하기로 결정한 이후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형량에 관해 물었고 '노래 가사를 쓰듯이, 시를 쓰듯이' 사과문을 만들었으며 단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자회견 리허설까지 했다고 적었다.

오동식은 당시 극단 대표가 "선생님 표정이 불쌍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시면 안되요"라고 말했고 이에 이윤택이 다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건 어떠냐고 물었다"고 리허설 장면을 꺼집어 냈다.

오동식은 "그곳은 지옥의 아수라였다"면서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고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방금 전까지 사실이라고 말하던 선생님은 이제 내가 믿던 선생님이 아니었다. 괴물이었다"고 했다.

이윤택이 연출을 맡은 '백석우화'에서 백석으로 열연하고 있는 오동식.

그는 1년 전에도 동기 A씨가 이윤택을 고발한 SNS글을 올렸던 사건이 있었다고 소개하며 당시 극단 대표가 A씨를 만나 원만한 타협과 권유를 해서 글이 삭제됐고 사건은 커지지 않았다며 진작 터졌어야 할 일이었음을 강조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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