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2-22 05:00:00
기사수정 2018-02-21 21:47:39
금감원 “정상적거래 지원” 불구 / “해킹 사고라도 나면…” 몸사리기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의 ‘정상적 거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실명거래 시스템을 갖추고도 활용하지 않는 은행들에 대해선 “당국 눈치를 볼 필요 없다”고 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향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열어주라는 메시지다.
최 원장의 발언은 가상화폐 투자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던 금융당국의 시각에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말해준다.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해 당국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들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진 상황이다. 그러나 두 은행의 반응은 즉각적이지 않다.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계좌 제공에 대해 여전히 “심사숙고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1일 “실명거래 시스템과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모두 준비는 되어 있지만 가상계좌 제공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측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계좌 제공은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적지근한 두 은행의 반응은 실명거래 시스템을 갖추고도 그간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가 ‘당국 눈치’만이 아님을 암시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도 적잖은 이해충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영업실적을 위해 가상계좌 제공에 적극적인 영업부서와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준법부서의 입장이 충돌한다는 얘기다.
은행권에서 가상계좌 영업은 ‘플러그인 서비스’로 불린다. 꽂아만 두면 돈이 벌리는 ‘손쉬운 장사’라는 의미다. 낮은 이율의 단기자금과 고객, 수수료 수입을 챙기고 추가적 거래가 파생되는, 영업부서로서는 짭짤한 수익원인 셈이다. 반대로 자금세탁, 해킹 등 금융범죄 예방과 정보보안을 책임져야 하는 준법부서로서는 ‘성가신 비즈니스’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던 국민은행이 이 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작년 7월 해킹 사고가 났기 때문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스템은 갖췄지만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