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2-21 23:30:09
기사수정 2018-02-21 23:30:02
"톱10 목표 이루지 못했지만, 가능성 발견…서로에게 미안"
담담하게 방금 끝난 경기를 복기하던 여자 봅슬레이 2인승 김유란(26·강원BS경기연맹)-김민성(24·동아대)이 서로를 마주 본 뒤, 말을 멈췄다.
김유란은 "브레이크맨 민성이와 경기에 나서지 못한 또 다른 브레이크맨 (신)미란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
20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여자 봅슬레이 2차 주행에서 대한민국의 김유란-김민성 조가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
김민성은 "유란 언니가 주행을 잘했는데 스타트에서 내가 부족했다. 언니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로에게 미안해 한 둘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약하며 다시 힘을 냈다.
김유란-김민성은 21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끝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봅슬레이 2인승 1∼4차 시기 합계 3분 25초 32를 기록, 20개 팀 중 15위로 경기를 마쳤다.
파일럿 김유란은 "표면적인 목표가 톱 10이었고, 최소한 13등은 하고 싶었다. 3차 시기에서 12위로 올라간 뒤에는 10위를 다시 목표로 삼았다"며 "그런데 내가 4차 시기에서 주행 실수를 해 순위가 더 떨어졌다.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김민성도 "스타트에서 내가 부족했다. 결과가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슬라이딩센터를 질주할 때의 짜릿함은 둘에게 큰 힘을 줬다.
김유란은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큰 함성을 들으며 경기한 건 처음이다. 꿈의 무대에 섰다는 뿌듯함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민성도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아 기분 좋았다. 감독님과 코치님, 팀원들, 관중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렀다"고 웃었다.
|
20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여자 봅슬레이 2차 주행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김유란-김민성 조가 레이스를 마친 뒤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성적은 아쉽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김유란은 "한국 여자 봅슬레이의 희망은 충분히 발견했다. 스타트 약점을 보완하면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이제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목표로 뛰겠다. 그때는 목표를 톱10이 아닌 톱3로 세울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휴식이 필요하다.
든든하게 여자 봅슬레이 팀을 이끈 언니 김유란은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언니를 잘 따른 동생 김민성은 "친구들 만나서 회포를 풀고 싶다"고 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