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야"-"빠떼루"-" 오노스럽다"-"엄마 챔피언 먹었어"…시대를 휩쓴 스포츠 유행어

한국여자컬링 대표팀 스킵 김은정(위)이 "영미야!!!"를 외치자 빗질(스위핑)담당 김영미(오른쪽)이 빠른 속도로 빗질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8평창동계올림픽 최고 히트작은 '영미'이다. 한국 여자컬링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영미야 영미 영미~"는 우리 국민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가 됐으며 외국에서도 화제를 모을 만큼 대유행이다. 

평창대회가 개막되기 전까지는 북한 응원단, 예술단 아니면 이름이 널리 알려진 스타를 중심으로 한 유행어가 히트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우리 여자컬링 대표팀이 강적들을 잇따라 격파하면서 놀라움의 주인공이 됐고 '영미'라는 기막힌 추임새로 국민들 관심을 끌어 모았다.

영미를 시작으로 그동안 시대를 휩쓸었던 대표적 스포츠 유행어를 모아봤다.

▲ 영미도 '영미'나름, 길고 짧고 높낮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

김은정 스킵이 외치는 "영미야"의 영미는 절친이자 경북 의성여고 동기인 대표팀 리드(맨 처음 투구하는 선수)김영미를 말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최고 유행어 "영미"도 장단, 강약, 억양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SBS 캡처

우리나라 여자컬링 대표팀은 김영미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스킵 김은정은 김영미의 친구, 서드(3번째 투구)김경애는 김영미의 동생, 세컨(두번째 투구)김선영은 김경애의 친구이다. 

의성여고 1년시절이던 2007년 김영미는 고향인 의성에 컬링경기장이 문을 열자 친구 김은정에게 "함께 컬링 해보자"며 유혹(?) 손길을 내밀었다.

동생 김경애는 언니에게 물건을 전달해주려고 컬링장을 찾았다가 극심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던 김은정,김영미 팀에게 덥썩 붙잡혔다. 김경애는 김선영을 끌어 들였다.

여자컬링대표팀은 10년이상 호흡을 맞춰 왔기에 눈빛, 말투 하나만으로도 모든 의사전달이 가능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주장 김은정이 계속해서 "영미야 영미"를 외치자 처음엔 '영미'를 작전 이름으로 이해한 이들이 많았다.

김은정이 영미를 외치는 이유는 김영미가 스톤 진행방향을 정하는 빗질(스위핑)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미도 영미 나름이다. 김은정의 영미속에는 각기 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김은정이 "영미"라고 부르면 '스위핑을 시작하라'는 뜻이다. 큰 소리로 "영미야"라면 '더 빨리 스위핑 해', "영미영미영미~"라면 '그만 됐다, 스위핑을 멈춰라'는 신호이다.

어찌보면 '영미'는 한국대표팀 최고의 작전이기도 하다.

▲ 2002년 "오노스럽다"는 반칙왕, 매너꽝, 거짓말, 술수 등을 일컫는 말 최악의 불명예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안톤 오노(오른쪽)가 김동성이 건드리지 않았지만 양손을 쳐들며 마치 크게 방해를 받은 듯한 헐리웃 액션을 취하고 있다. 김동성은 1위로 골인하고도 반칙을 범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금메달을 오노에게 헌납하고 말았다.

2002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이후 "오노스럽다"는 말이 유행했다. 좋은 뜻이 아니라 비신사적, 반칙왕, 거짓행동 등을 일컫는 불명예스런 말이다.

오노는 미국 쇼트트랙 대표선수 안톤 오노를 말한다. 오노는 2002년 2월21일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김동성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았음에도 마치 팔꿈치 등에 걸린 것처럼 두손을 들어 '이것 봐 반칙했어, 김동성이'라는 포즈를 취했다.

스포츠 역사를 장식할 헐리웃 액션(거짓동작)이었다. 이로 인해 김동성은 1위로 골인하고도 실격, 금메달을 날려버렸으며 오노가 얄밉게 가져 가 버렸다.

▲ 1996애틀랜타올림픽 히트작 "빠떼루 줘야합니다~" 

레슬링 파테르 동작에서 공격을 하고 있는 선수(왼쪽). 파테르를 "빠떼루~"라며 귀에 속 들어오게끔 외친 빠떼루 아저씨 덕에 1996년 한해 빠떼루가 국민 유행어로 널리 퍼졌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을 빛낸 유행어는 레슬링에서 나왔다. KBSTV 레슬링 해설을 맡았던 김영준씨는 상대가 시간을 질질 끌때면 "저 선수 빠떼루 줘야합니다", "머리채를 잡아야죠"를 외치고 외쳤다.

빠떼루는 순식간에 유행어가 됐으며 어린아이들은 '빠떼루'를 외치고 다녔다. 경기용어인 '파테르'를 레슬링계에선 우리식 발언으로 빠떼르, 빠떼르하고 불렀고 이를 방송에서도 그대로 사용했다.

파테르는 방어에 치중하는 선수에게 주는 페널티로 엎드린 자세를 말한다. 공격자는 심판 신호가 떨어지면 허리를 잡아 돌리는 등 점수 따기가 수월하다.

▲ 88올림픽에선 "손에 손잡고" "담다디"가 대유행

1988서울올림픽 최대 유행어는 공식주제가였던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였다. 설명이 필요없는 메시지와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로 인해 우리국민이라면 모두 "손에 손잡고"를 흥얼거렸다.

한편 88올림픽 직전에 나온 가수 이상은의 '담다디'가 대히트를 쳤다. 자원봉사자들은 자리에 모일 때마다 '담다디'를 외치곤 했다.

▲ 86아시안게임 때 국민들을 올렸던 "라면 먹고 뛰었다", 과장된 말이었지만~


86서울아시안게임 여자육상대표 임춘애는 3관왕(여자 200m, 400m, 1500m 금메달)에 올랐다.

깜짝스타가 됐다는 점보다 임춘애를 더 유명하게 만들었던 것이 "라면 먹고 뛰었다. 우유 먹는 친구가 부러웠다"라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사실은 임춘애를 단련시킨 김번일 코치 부인이 "이따금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 주셨다"라는 내용이 부풀러진 것이었지만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가난했던 보리고개 기억을 갖고 있었던 많은 국민들을 울렸다.

우유회사가 평생 먹고도 남을 우유를 보내는가 하면 임춘애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헝그리 정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라면만 먹고~" 유행어는 1997년 영화 '넘버3'속 송강호의 명대사에도 등장했다. 송강호는 "헝그리 정신, 옛날에는 말이야 라면만 먹고도 챔피언 먹었어, 현정화 걔도 라면만 먹고~"를 외쳤다.

▲ "엄마, 챔피언 먹었어" "대한민국 만세다" 1974년을 장식했던 홍수환 모자

1974년 7월 대한민국은 "엄마 챔피언 먹었어"라는 말에 녹아 들었다.

육군일병 홍수환이 저 멀리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WBC 밴텀급 타이틀을 획득한 뒤 어렵게 연결된 국제전화를 통해 어머니 황농선 여사에게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자랑했다.

이에 어머니는 "대한민국 만세다"를 외쳤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며 자랑한 아들 홍수환과 "대한민국 만세다"고 외친 어머니 황농선여사. 1974년 7월 김포공항에서 홍수환 일병은 군의장대의 사열을 받는 전무후무한 영광을 누렸다.

챔피언에 오른 기쁨과 장한 아들을 칭찬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이보다 더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말은 그 후에도 찾을 수 없었다.

모자의 대화가 던져준 감동 등이 더해진 때문인지 홍수환 일병은 지금까지 육군사병으로는 유일하게 군의장대 공항영접과 사열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