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2-23 18:38:56
기사수정 2018-02-23 22:28:43
[세계일보 설립자 탄신·기원절 5주년 기념] 국제과학통일회의 주요 논의 내용 / 정책 입안 등 각계 협업 불가피 지적 / “여러 전문가 국제적 합의 도출해야” / “빙하는 한 번 녹으면 다시 얼지 않아” / ‘지구 변화 불가역적’ 경각심 일깨워 / 인간 행동 인한 온난화 급격히 진행 / 인류 공동체 ‘에너지 혁명’ 필요 제기
‘지속가능한 개발 없이는 지구의 미래는 암울하다.’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24차 국제과학통일회의(ICUS)에선 ‘지구 환경 변화에 대한 과학적 해결책’을 주제로 열띤 논의가 벌어졌다. 이번 회의는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석학 15명을 비롯해 7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과학기술의 기여 방법과 현실 정치의 역할, 사회 전반적 인식 변화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ICUS는 1972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창립했다. 이번 24차 ICUS는 2012년 문 총재 성화 후 두번째다. 한 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과학문명의 발달이 균형을 잃어버리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며 “이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과학자들의 책임감과 노력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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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차 국제과학통일회의(ICUS)가 열린 2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학자 총재와 과학자들이 지구환경 보호를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기후문제, 과학만이 해법 아냐”
이날 첫번째 세션은 멕시코 화학자 마리오 몰리나(75) 박사가 ‘지구의 건강을 회복하는 길’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몰리나 박사는 염화불화탄소로 인한 오존층 감소를 예측해 199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석학이다.
그는 “195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국제적인 개발 등 기후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변수가 급속히 늘어 현재에 이르렀다”며 “인류의 이 같은 행동으로 생태계에서 수많은 ‘멸종’이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양과 대기오염, 기후문제 등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지구가 겪는 문제를 수치화한 이른바 ‘행성적 한계치’를 9개 분야로 나눠 보면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분야가 3개나 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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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과학통일회의에서 마리오 몰리나 박사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몰리나 박사는 과학을 넘어 정치와 사회·경제 분야를 모두 감안한 통합적 접근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책 입안 등 정치 분야를 비롯한 각계와의 협업 없이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화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지만 화학만으론 환경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과학자를 비롯해 경제인, 신학자 등 모든 분야 전문가가 협력해 국제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불가역적’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윤순창 서울대 명예교수(지구환경과학)는 “빙하를 예로 들면 한 번 녹아버리면 다시 얼지 않는다”며 “이런 불가역적 변화에 현재의 인류와 그 후손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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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과학통일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지구,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탄소 배출 등으로 인한 지구의 온도 문제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가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이상징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학 리처드 루드 교수는 “행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행성 자체가 열을 축적하는 기관임을 이해하는 일”이라며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해양에 열이 축적되면서 얼음이 녹고 해수면 상승을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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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과학통일회의에서 데이비드 알 쇼나드(David R Shonnard)박사(왼쪽 세번째)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자연적인 것과 인간의 행동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는데 후자로 인한 기후변화가 대응이 어려울 정도로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미 인간은 해수면 상승이나 계절주기 변화, 지형 변화 등 이상징후를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루드 교수는 “소비와 인구, 에너지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벼랑 끝에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폰 헤르첸 기후재단 회장도 “기후변화로 세계가 온도가 높아져 그 어느 때보다 산불이 많이 나고 산불 때문에 메탄가스가 발생하고 있다”며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 되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후변화의 벼랑에서 돌아오는 데 실패하면 문명 자체가 멸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법으로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보고 협력하는 ‘에너지 혁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국제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를 이끄는 나시르 엘 바삼 박사는 “과학적 솔루션은 물론 중요한 주제이나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정치적 의지와 조치”라며 “이런 조치로 기후 악화와 토양 유실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과 식수 확보, 태양 및 해양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유기적 결합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돼야 한다”며 “세계 각국이 각자의 영역에서 영감을 나누고 힘을 합치는 ‘에너지 혁명’으로 미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 마지막날인 24일 3번째 세션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를 발견해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생물학자 뤼크 몽타니에(86) 박사의 발표를 시작으로 ‘자원의 충분한 활용’에 관한 논의가 진행된다.
이창수·권구성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