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2-28 06:00:00
기사수정 2018-02-28 11:08:11
문체부 간부 '강원랜드 채용청탁' 파문 / 카지노 증설 인허가권 등 막강한 권한 / 사장에 보고하자 "들어줘라" 추가 채용
강원랜드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무 책임자가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건 우리 사회 채용비리의 구조적 실체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즉 문체부 소속 A씨는 강원랜드를 담당하던 팀장이라는 점에서 그의 채용청탁을 강원랜드가 뿌리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문체부의 과도한 권한이 채용청탁의 ‘뿌리’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란 포스잇에 담긴 문체부 공무원의 조카들◆
2012년 12월 어느 날, 강원랜드 카지노실장이던 B씨의 휴대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문체부에서 강원랜드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는 A팀장이었다.
A팀장은 통화에서 “이번에 교육생 채용을 한다던데, (강원랜드의) 인사팀에 잘 이야기해줄 수 있느냐?”며 자신의 조카와 처조카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알려줬다. 채용청탁이었다. 김 팀장은 조카들 외에도 2명의 청탁을 더해 모두 4명의 채용청탁을 했다.
B실장은 이에 당시 강원랜드 인사팀장이던 C씨를 만나 A팀장의 채용청탁 내용을 은밀하게 전달했다.
면접날인 2013년1월7일 오전, B실장은 A팀장이 부탁한 4명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포스트잇을 C인사팀장에게 전달하며 “인허가권을 가진 부서라 잘 챙겨줘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
B씨는 면접 다음달 최홍집 전 강원랜드 사장에게 일일보고를 할 때에는 “(문체부) A팀장이 채용청탁을 했는데, 채용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최 전 사장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들어줘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문체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당시 이미 채용 청탁자들이 꽉 차 추가로 채용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강원랜드는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문체부의 청탁이라 추가 합격을 해줄수 밖에 없었다.
결국 면접전형에서 이들 네명은 모두 합격했다. 합격결과가 나오자 B실장은 A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한 분들은 모두 합격시켰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직무연관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A씨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하고 A씨의 조카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
|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강원랜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전 문화체육관광부 주무 책임자도 채용비리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강원도 정선군 사북면의 강원랜드 모습. 사진=강원랜드 제공 |
◆강원랜드가 무시할수 없는 문체부 영향력◆
강원랜드는 2004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 꾸준히 카지노의 확장증설을 요청했지만 번번히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강원랜드는 문체부의 인허가나 승인없이 2010년 9월부터 확장공사에 착수해 시설을 갖추고 2012년 10월 문체부에 게임기구의 증설허가를 요청했다. 게임기구 대수의 결정과 관련해 당시 채용청탁 당사자인 A씨가 이끌던 관광산업팀(현 융합관광산업과) 직원들과 협의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문체부는 카지노 매출이 너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해 신청한 전체 게임기구 증설은 수용하지 않았다.
2012년 3월 발생한 강원랜드 ‘슈(카드통)’ 사건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시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고객과 짜고 초소형 몰래카메라가 장착된 슈를 설치한 강원랜드 정비담당과장 황모씨가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황씨는 고객과 짜고 2009년부터 3년여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몰래카메라가 장착된 카드통을 강원랜드 카지노 내 지정 테이블에 가져다 놔 사기도박이 가능토록 도운 혐의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강원랜드는 문체부로부터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 관광산업팀에서는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고 분주해진 강원랜드는 임시휴무 및 일제점검을 갖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결의 대회를 했다.
이 사건들은 채용청탁이 있던 2012년에 이뤄졌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