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3-01 18:57:04
기사수정 2018-03-02 08:00:06
한국GM, 작년 9000억 적자… 4년간 누적액 3조원 육박 / 정부지원 요청 속 실적 제시 / 작년 3분기부터 자본잠식 상태 / 부채비율 8만4980%로 늘어나 / 매출 11조 안 돼 8년래 최저치 / 본사, 주요국서 철수… 판로 잃어 / 매출원가율 93%… 타사보다 높아 / 정부 “전략 수정·불투명 경영 탓”
한국GM이 지난해 9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2014∼2017년 4년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 수정과 한국GM의 불투명한 경영 방식이 한국GM 부실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
한국GM이 국내 사업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는 가운데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으로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1일 정부와 산업은행에 따르면 GM 측은 한국 정부에 대규모 지원을 요청하면서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지난해 실적 추정치를 제시했다. 한국GM은 2014년 3534억원 순손실을 낸 이후 2015년 9868억원, 2016년 6315억원에 이어 4년 연속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GM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로 들어섰다. 부채비율은 2014년 말 435%에서 2015년 1062%, 2016년 말 8만4980%로 폭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추정치는 8000억원으로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GM은 2014년 -1486억원으로 처음 영업손실을 낸 이후 2015년 -5944억원, 2016년 -5312억원으로 손실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매출 추정치는 10조7000억원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9조5325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정부와 산은은 한국GM이 이처럼 부실해진 첫 번째 원인으로 GM본사의 글로벌 전략 수정을 꼽았다. GM이 중국과 북미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유럽과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했고, 계열사 오펠 등을 매각하면서 한국GM의 수출 판로가 없어졌다.
특히 2013년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시장에서 철수시킨 것은 한국GM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한국GM의 유럽 수출 물량은 2012년 13만7750대에 달했지만 2013년 6만1954대, 2014년 1만2419대, 2015년 5923대, 2016년 1752대, 지난해 205대로 줄었다. 한국에서 주로 생산하던 중소형차 모델 비중을 줄이고 대형SUV나 픽업 등 고수익 차종에 집중한 것도 한국GM의 쇠락을 이끈 직접 원인으로 꼽았다.
|
27일 오후 전북 군산시청 앞에서 열린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철회 노조 결의대회`에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28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한국 GM 문제해결을 위한 금속노조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군산공장 폐쇄철회와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GM의 불투명한 경영 방식도 부실를 초래한 원인으로 정부·산은은 추정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은 93.1%로 현대차 81.1%, 기아차 80.2%, 르노차 80.1%, 쌍용차 83.7%와 상당한 격차가 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제시한 북미GM의 매출원가율 84.0%, GM 자동차부문의 전체 매출원가율 86.9%와 비교해봐도 마찬가지다.
정부·산은은 한국GM의 매출 원가율이 이처럼 높은 이유로 GM 본사로부터의 높은 차입이자율(4.8~5.3%)과 연구개발(R&D) 비용 및 이전 가격 등 불명확한 업무지원비 부담을 꼽았다. 지상욱 의원은 “2014∼2016년 3년간 GM본사는 26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한 반면 한국GM은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면서 “GM에 한국은 최고의 봉인 셈”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