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3-04 20:55:17
기사수정 2018-03-04 20:55:15
세계 최대 IT 박람회 ‘MWC 2018’ 들여다보니 / 사람의 행동 따라 로봇 움직이고 느끼는 촉감도 그대로 손에 전달 / 대용량 데이터도 지연 없이 전송 / VR 게임 활용 재미·편의성 높여 / 업체들 전략적 파트너십 등 체결 / 투자 확대·활용 콘텐츠 개발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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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일 막을 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에서 관람객들이 KT가 전시한 5G 기반 VR 게임인 ‘스페셜 포스 VR’를 즐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만화영화 ‘로봇 태권V’의 주인공 훈이는 로봇태권V를 움직임으로 조종한다. 훈이가 가상의 공간에서 발차기를 하면 태권V는 훈이의 동작에 따라 동시에 발차기를 한다. 말 그대로 일심동체다. 만화 속에서만 존재할 법했던 조작법이 조만간 실현될 듯하다. 일심동체의 핵심기술인 5G의 상용화 준비가 끝났기 때문이다. 센서가 인식한 사람의 동작을 초저지연의 특성을 가진 5G를 통해 로봇에게 전달하면 로봇은 사람의 움직임을 동시에 따라 할 수 있다. 이런 5G 기술은 지난 1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전자통신(IT)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에서 소개됐다.
MWC 2018은 5G를 이용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행사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MWC 2017이 5G의 속도와 장비, 또 상용화 가능성을 자랑한 자리였던 점과 비교하면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다. 전시에 참여한 업체들은 5G를 앞세우기보다 5G를 활용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5G를 활용한 기술을 직접 체험했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는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가상현실(VR)기기와 특수장갑을 착용한 모델이 무언가 잡는 시늉을 하자 있던 로봇이 모델의 움직임을 따라 놓인 붓을 쥐었다. 이 모델이 허공에 글씨를 적었고 로봇은 모델이 공중에 쓴 ‘五(오)’를 그대로 화선지에 적었다. 시차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인간의 움직임을 로봇이 빠르게 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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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일 막을 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에서 참가자들이 노키아가 전시한 촉감이 전달되는 로봇을 직접 체험해 보고 있다. 바르셀로나=정필재 기자 |
노키아는 NTT도코모보다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을 선보였다. 사람의 손을 따라 로봇이 움직이는 기술에, 로봇이 느끼는 촉감을 사람의 손에 전달해 주는 기술이다. 이런 신기한 로봇이 전시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노키아 부스에는 이 장비를 체험해 보려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노키아가 설치한 장비에 손을 올려놓고 손가락을 움직이니 화면 속 로봇 팔이 움직였다. 로봇 팔로 바닥의 스펀지를 만지니 손끝에 푹신한 느낌이 전달됐고 사포를 만지니 꺼끌꺼끌한 촉감이 느껴졌다. 노키아 관계자는 “이 기술이 완성되면 응급환자의 원격수술 등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G는 우리 삶 속에서 재미와 편의성을 주는 기술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KT는 게임업체 드래곤플라이와 함께 개발한 세계 최초의 5G 기반 VR 게임인 ‘스페셜 포스 VR’를 선보였다. VR기기를 착용하고 얇은 조끼를 입은 뒤 총을 들면 준비는 끝난다. KT 관계자는 “그동안 VR 게임을 하기 위해서 유선 케이블이 연결된 조끼 모양의 컴퓨터를 가방처럼 어깨에 메고 게임을 해야 했다”며 “대용량 데이터를 지연 없이 전송하는 5G 기술을 적용해 가벼운 장비로도 VR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의류업체인 망고는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사이즈와 모양을 입은 것처럼 볼 수 있는 증강현실(AR) 거울 ‘스마트 피팅 룸’을 공개했다. 옷걸이에 있는 옷을 들고 거울 앞에 서서 몸에 가져다 대면 거울 속에는 사야 할 옷이 입혀진 소비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소비자들은 옷을 갈아입어 보지 않고도 구매해야 할 옷이 어떨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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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일 막을 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에서 NTT도코모의 ‘쿠조’가 인식한 피사체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정필재 기자 |
NTT도코모는 투명 디스플레이로 사물을 비추면 관련 정보를 전달해 주는 ‘쿠조’를 전시했다. 쿠조에 술을 가져다 댄 뒤 셔터를 누르니 술의 도수와 맛 등 정보가 전달됐다. NTT도코모 관계자는 “궁금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찾아 검색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검색어를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5G를 활용한 기술력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사이 MWC 2018에 참가한 업체들은 5G의 투자와 공동 아이템 개발을 위한 우군 확보에 나섰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인 노키아, 시스코 등과 5G 핵심기술 중 하나인 ‘5G-PON’ 솔루션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5G-PON은 안테나, 중계기 등 건물 단위 기지국(RU)과 동 단위 통합기지국(DU)을 연결하는 유선 전송망 구간에 적용되는 5G 핵심 솔루션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5G는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이라며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차이나모바일은 MWC 기간 동안 에릭슨과 노키아 등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상빙 차이나모바일 회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은 어느 기업 혼자서 할 수 없다”며 “여러 기업과 협업해 5G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도이치텔레콤, GE, 텐센트, 폭스바겐 AG 등과 함께 ‘5G 슬라이싱 협회’ 창립을 발표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