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난민 극우에 ‘헝의회’ 예고… 伊, 불확실성의 시대로

상·하원 선출 총선 실시/베를루스코니 막후 실세 되나/ 군소정당 결집 ‘우파연합’ 구심점/“난민 본국 송환” 공약 … 지지율 37%/ 탈세로 유죄… ‘측근’ 총리 내세워/ 집권 시 ‘EU 탈퇴’ 가시화 전망도/ 31세 마이오, 최연소 총리 될까/ 창당 9년 오성운동 지지율 28%/ 단일정당 최다 의석 약진 전망/ 우파연합, 연정 실패 땐 가능성 이탈리아에서 4일(현지시간) 상원(315석)과 하원(630석)을 선출하는 총선이 치러졌다. 어느 진영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 탄생이 유력한 가운데, 차기 총리 자리에 ‘추문제조기’로 유명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오르게 될지, 아니면 이탈리아 최연소 31세 총리가 탄생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이탈리아 전역에서 총선 투표가 실시됐다고 보도하며 이번 선거가 이탈리아에서 치러진 역대 총선 가운데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라고 평가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어느 진영도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구심점으로 있는 ‘우파연합’이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 퍼스트’ 우파정당 득세

‘우파연합’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반난민·반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당동맹, 신파시즘에 뿌리를 둔 이탈리아형제들(FDI) 등이 손잡은 진영이다. 이들은 불법체류 난민 본국 송환, 세금감면, 최저 연금액 인상 등을 공약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하면 이탈리아의 난민 정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013년에 4만여명에 불과했던 이탈리아 유입 이민자 수가 2016년 18만명을 넘어선 점을 집중 보도하며 “이탈리아에 정착한 60만명의 이민자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파연합 승리 시 이탈리아도 EU 탈퇴를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 일각에서 재정적자 한도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제한한 EU의 조항이 이탈리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우파연합이 집권한 뒤 이 같은 여론이 증가하면 이탈리아도 EU를 탈퇴하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추문제조기’ vs 31세 최연소 총리

총선 결과에 따라 누가 총리가 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우파연합은 총선 결과 연합 내 최다 득표 정당에서 총리를 내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FI나 극우당동맹 대표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2013년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내년까지 공직 진출이 금지된 터라 그의 측근인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이 FI 측 총리 후보로 나와 있는 상태다. 2011년 총리직에서 사퇴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미성년자 성매수, 탈세, 이혼소송 등 여러 추문에 휩싸였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28%로 단일 정당으로는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던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31) 대표도 총선 결과에 따라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대학을 중퇴한 채 별다른 사회 경험 없이 정계에 입문한 디 마이오가 총리가 될 기회를 얻는다면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오성운동은 2009년 직접민주주의를 기치로 발족한 정당으로, 2013년 총선에서 25% 득표율로 일약 제1야당에 올라선 전력이 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우파연합이 최다 의석을 확보해도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단일 최대 정당이 정부 구성 권한을 부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총리지명권을 가진 마타렐라 대통령의 결정이 주목받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