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첫발 뗀 ‘P-플랜’… 기업 단기회생 길 열리나

유동성 위기 기업에 신속 자금/채권단 사전회생계획안 先제출/관계인 집회 등 절차 생략 장점/빠르면 두 달 반 만에 ‘정상화’/적용사례 거의 없어 불안감 커/채권단·기업 등 성공여부 주목
지난해 출범한 서울회생법원이 법정관리 일종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을 도입한 이후 이를 적용한 첫 사례가 나왔다. P-플랜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에 새로운 회생의 길이 될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수석부장판사 정준영)는 5일 레이크힐스순천에 회생 절차를 개시하고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심을 맡은 심태규 회생법원 부장판사는 “채권자가 과반수 동의를 얻어 사전계획안을 제출했고 조건부 인수도 체결해 회생을 신청했다”며 “법원은 사전계획안 등의 적정 여부를 검토한 결과 P-플랜을 통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2016년 9월 도입된 P-플랜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223조를 근거로 한다. 강제력 있는 법정관리의 채무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이 가능한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을 혼합한 구조조정 방법이다. 채무자 부채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등이 회생절차 개시 전까지 사전계획안 등을 법원에 내면 법원이 심사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9월 창원지법 파산부가 자동차 부품회사인 성우엔지니어링에 P-플랜 제도를 최초로 적용한 바 있다.

레이크힐스순천 채권자 등이 법원에 낸 사전계획안에 따르면 레이크힐스순천은 골프존카운티와 매각대금 700억원에 조건부 인수계약을 했다. 채권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기 전에 인수·합병을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은 6일부터 공개입찰 방식으로 인수·합병 절차를 진행하고 다음달 20일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채권자 집회를 연다. 사전계획안 수립 과정에서 채권자 다수의 동의를 얻은 만큼 쉽게 가결될 전망이다.

P-플랜 장점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에 신속히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채권 종류와 채권단 명단, 채권액 규모 등을 확정하는 데 보통 2개월이 걸린다. 채무자들이 회생계획안을 수립·제출하는 과정에서 관계인 집회도 매번 열어야 한다. 이것도 통상 한 달 넘게 걸린다. 반면 P-플랜은 이미 채권단 절반 이상이 동의한 사전회생계획안이 P-플랜 신청과 동시에 제출돼 모든 과정이 생략된다. 심 부장판사는 “이미 채권자 70% 이상이 사전계획안에 동의한 만큼 빠르면 두 달 반 만에 회생 절차가 종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레이크힐스순천의 P-플랜 성공 여부에 주목한다. 도입 후 1년7개월이 지났으나 지금껏 P-플랜이 개시·적용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P-플랜 돌입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결국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한 채무재조정으로 결론 났다. ‘P-플랜을 통해 추가 자금을 지원해도 살아날 수 있겠느냐’는 채권단 불안감 때문이다. 골프존카운티처럼 인수계약을 해도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나면 P-플랜의 장점인 빠른 회생이 어려워지고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도 아직 실무를 경험한 직원이 없을 정도로 P-플랜은 낯설다”며 “이번에 성공하면 채권단 불안감 등 해소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