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3-12 16:53:12
기사수정 2018-03-12 16:54:20
특정 신체부위 거론한 과격 발언도…전문가 "미투 본질 자각해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바람에 술렁이는 대학가에서 남학생들이 남성 비하 여론에 속 앓이를 하고 있다.
전북 한 사립대학 재학생이라고 밝힌 A씨는 12일 이 대학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학생에게 폭언을 당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SNS 단체 대화방에서 학내 성폭력 대책을 논의하던 중 한 여학생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을 했다"며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대화 내용을 보면 이 여학생은 '동기들 사이에서 강간 사건이 일어나면 남성 XX을 잡고 터트리겠다. 벌금 70만원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특히 남자들아'라고 포문을 열고서 '여자애들 얼평(얼굴 평가) 하지 마라. 너희 보라고 화장한 것 아니다. 너희는 평가할 위치도 아니고 그러한 권력도 없다'고 일갈했다.
A씨는 "남녀가 함께 있는 대화방에서, 성폭력을 일으킨 학생이 없는데도 'XX을 터트린다'는 협박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더군다나 이 여학생은 비속어를 쓰며 전체 남학생들을 모욕했다"고 털어놨다.
남학생들을 예비 성범죄자로 인식한 경고성 발언이자 이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그릇된 성 의식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공개된 대화방에서 남성의 특정 부위를 거론한 발언은 성적 수치심마저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A씨는 "여학생 발언에 남학생들이 반박 글을 쓰려고 했지만, 구설에 휘말릴까 봐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대학 또 다른 재학생 B(21)씨도 "미투 운동으로 성범죄 예방 논의가 활발한데, 여학생들이 미투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면서 다소 거친 언행을 할 때가 있다"며 "하지만 남학생들은 가해자 옹호로 비칠까 봐 표현 수위 등을 문제 삼지 못한다"고 동조했다.
전문가들은 대학가 미투 운동이 본질을 흐리는 성 갈등으로 번지거나 한낱 감정싸움으로 변질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여러 논쟁에서 상대 감정이 상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야 건강한 논의가 가능하다"며 "격한 발언의 배경은 이해하지만, 자칫 말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폭력만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XX'을 터트리겠다'는 발언은 남성에 대한 성희롱이 될 수 있고 공격 대상이 될 소지도 있다"며 "미투 운동 본질과 한참 떨어진 무의미한 말싸움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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