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학개론] (2) 결혼할 때 거금 주고 산 것 중 거들떠도 안 보는 것 '베스트3'

바야흐로 싱그러운 봄이다. 여기저기에서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적은 비용으로 좀더 좋은 혼수용품을 사기 위해 그 누구보다 바쁠 예비부부들을 위한 ‘꿀팁’을 대방출하고자 한다. 주부 17년차의 좀 살아본 언니가 전하는 결혼 준비의 진수다. 이름하여 ‘결혼할 때 거금 주고 산 것 중 거들떠도 안 보는 것 베스트3’다. 지금 시작하겠다.


■3위 한복

사실 한복 입을 일이 웨딩 촬영할 때 딱 그뿐이다. 참고로 양쪽 부모님들의 한복은 반드시 해드릴 것을 강력 추천한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생각보다 여파가 오래간다. 나와 신랑의 한복은 결혼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입지 않은 채 고스란히 옷장 속에 모셔져 있다. 당시 꽤 큰돈을 주고 샀던 거라 버릴 수도 없다. 정리하려고 상자를 열어 보니 옷은 물론이고 고무신, 버선까지 그대로다. 남편은 두루마기까지 풀세트로 샀던 터라 당장 독립운동을 나가도 손색없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녀석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중학생 아이가 결혼할 때쯤 또는 환갑이나 칠순, 팔순잔치 때 입어야 할 듯싶다.   


■2위 그릇 세트

혼수용품 구입 시 문제의 인물 중 1인은 바로 ‘친정 엄마’다. 엄마들은 딸이 결혼하면 반드시 온갖 준비를 다해서 보내고 싶은가보다. 그 아름다운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주변 지인 중 한명은 설거지용 수세미까지 사가는 것을 봤다. 나의 친정 엄마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셨지만 일가 친척과 동네 사람들이 다 와도 될 만큼 풀세트 그릇을 사주셨다.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당장 그 많은 그릇이 필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은근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처치곤란이었다. 더불어 엄마의 안목(?)으로 덜컥 산 것이라 내 눈에는 그리 예뻐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잠깐. 그릇 구매 팁을 살짝 공개하겠다. 일단 결혼할 때는 두사람의 식사를 위해 취향에 맞는 예쁜 그릇을 2~4인용으로 구매한다. 이후 살면서 한개씩 사 모으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이게 진짜 신혼 재미가 아닌가. 그럼 집들이나 친척 방문 등 많은 손님이 올 때는 어떻게 할까? 예쁜 1회용 그릇이 요즘 너무 많다. 또 오래 쓸 그릇을 사고 싶은 이들은 화이트로 구비하기를 강력추천한다. 유명 요리사들이 앞다투어 하는 말이 요리는 하얀색의 아무 무늬도 없는 그릇에 놓였을 때 가장 맛있어 보인다고 한다. 


■1위 이불 세트

대망의 1위는 이불 세트다. 신혼의 ‘꽃’은 이불이라고 했던가? 혼수계의 거물 친정 엄마의 손에 이끌려 유명 이불집에 가서 샀다. 엄마는 무조건 크고, 좋은 솜으로 된 이불을 사주셨다. 너무 무겁다는 게 문제다. 나는 그것들을 낑낑 들고 이고 다녔다. 침대가 보편화한 지금은 그 색깔과 맞춰 예쁜 침구 세트로 대신하면 훨씬 더 실용적이고, 포근한 신혼생활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큰 ‘소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꼼꼼하게 준비한다고 하지만 촉박한 날짜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 등으로 많은 게 서툴고 어설플 것이다.

주변에 아무리 둘러봐도 결혼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고 자부하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 혼수용품 준비에 열과 성을 쓰기보다는 두사람의 마음 준비에 조금 더 신경을 써보는 건 어떨까.

글=이윤영 방송작가  instagram.com/bookwriter7,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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