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21시간 조사 마치고 귀가…묵묵부답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시간 가까이 검찰 밤샘 조사를 마치고 새벽에 귀가했다. 이 전 대통령이 받은 조사시간은 지난해 3월 21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이다.

15일 오전 6시25분 이 전 대통령은 조사를 마치고 직원들이 이용하는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출석 때 처럼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오랜 시간 조사로 피곤한 표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청사에서 나오자 마자 미리 주차된 차량으로 향했다. 전날 14일 오전 9시45분부터 21시간 가까이 조사 받은 상황이었다.

밖으로 나오면서 이 전 대통령은 조사 받은 심정이나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시간 조사를 받으셨는데 심경 한말씀 부탁드린다”, “다스가 본인 게 아니라는 입장은 변함없으십니까”라는 질문에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차에 탑승하기 직전 이 전 대통령은 갑자기 몸을 돌려 변호인단에게 작은 목소리로 “다들 수고하셨다”고 짧게 말한 뒤 차에 올라탔다. 이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곧바로 검찰청을 빠져 나가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장시간 이어진 검찰 피의자 신문 절차는 14일 자정 무렵에 끝났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이 자신의 진술 내용이 담긴 조서를 검토하는데 6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조사에 14시간40분, 조서 확인에 6시간 30분 가량이다.

이 전 대통령은 함께 입회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조서에 적인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일부 내용은 진술 취지와 다르다며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수수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등 뇌물수수 등 20여개의 혐의로 이날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다”라며 일관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이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 등 수사결과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 및 기소 시점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일각에서 뇌물수수 혐의액만 110억원인데다 이 전 대통령이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진술로 일관하며 혐의를 부인한 점을 미뤄 원칙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검찰이 영장청구에 대해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