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3-15 09:05:10
기사수정 2018-03-15 21:21:35
우리 사회에서 군 제대자 혜택을 언급하는 건 위험하다. 건전한 논쟁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칫 말싸움을 넘어 ‘여혐’, ‘남혐’으로 흐리기 십상이다. 군 복무 대부분을 담당하는 남성들이 스스로 입을 떼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여성가족부’ 입장이 궁금하다.
세계일보는 13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인터뷰하면서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난 군가산점제를 둘러싼 논쟁을 질문했다. “군가산점으로 기회의 평등을 뺏는 건 안 되겠지만, 입사 후 호봉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여성가족부 입장은 없지만”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군가산점제가 위헌 판결을 받았을 때도 여성계가 군대를 다녀온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공무원은 0.2∼0.3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군가산점제도로 운명이 달라지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군가산점 제도가 공무원 임용 등에서 남녀간 기회에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에 대한 여성계의 반대였다는 설명이다.
정 장관은 특히 “ 최근에도 이런 논의가 진행되다 말았는데, 군가산점제만 따로 떼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국방정책에서 병역의무에 남녀가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군 복무자에게 호봉 등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지만 병역의무에 대한 남녀의 참여라는 더 큰 공론장에서 다뤄지는 게 좋겠다는 뜻이다.
정 장관은 남성들의 인식전환도 주문했다. 그는 “여가부 장관이 된 뒤 늘 하는 말이 있는데, 양성평등이 실현되면 10개의 파이 중 남성이 갖고 있던 7개의 파이 중 2개를 빼앗아 여성에게 주는 게 아니라 파이를 12∼13개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외교관, 검사 등의 자리에서 여성 비율이 많아지니까 여성이 남성 몫의 파이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다”며 “여성 고용률이 56.6%로 올랐지만 대부분 저임금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이 많다. 성평등은 파이를 빼앗아가는 게 아니고 함께 늘리는 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우리나라가 성평등만 실현돼도 국내총생산(GDP)이 10%는 늘어날 거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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