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하일지, 동덕여대 수업 중 '미투 운동 조롱' 논란에 "사과 안해"

소설가 하일지.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소설가 하일지(63·본명 임종주)가 수업 중 '미투' 관련 발언이 논란에 대해 사과하기를 거부했다.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의 저자 하일지는 지난 15일 자신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수업 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추문에 대해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와 내연녀 사이의 진실공방이었으면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졌고 JTBC가 보도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안 전 지사의 비서가 실명을 밝히고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하일지는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겠지. 질투심 때문에"라고 답했다.

아울러 하일지는 수업자료인 소설 '동백꽃'이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따X으려는, 감자로 꼬시려고 하는 내용"이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강간한 것이다. 성폭행한 것이다. 얘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발언했다.

하일지의 수업이 끝난 뒤 동덕여대에는 비판성명을 담은 대자보가 잇따라 붙었다.

문예창작과 학생회는 성명에서 "임종주(하일지 본명) 교수는 안 전 지사 첫 번째 피해자를 대상으로 이른바 '꽃뱀' 프레임으로 언어적 2차 가해를 저지르며 미투 운동의 의도를 비하하고 조롱했다.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하일지는 한 매체를 통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사과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소설은 인간의 진실을 얘기하는 것인데 우리는 흑백논리에 빠질 수 있다. '미투' 운동에 반박하면 공격당할 수 있는데 인간의 문제로 어쩌면 이럴 수도 있지 않겠냐는 예로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 성추문에 대한 발언과 관련해선 "민감한 예를 들긴 했는데 학생이 올린 글을 보니 내용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 했다. 수업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 한 텍스트로 일일이 논쟁에 휩싸이는 게 힘들다"며 "내 강의가 무단으로 밖으로 유출돼 논의되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 교권의 문제인데 그걸 이해하지 못 했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가 사과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강의실에서 어떤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지 밖으로 일부를 왜곡되게 유출해서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주장했다.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인문관에 문예창작학과 교수인 소설가 하일지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사진=뉴스1

뉴스팀 chunjaehm@segye.com

<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