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수 보다 거포… ‘강한 2번’ 뜬다

프로야구 타순 새 트렌드 주목 야구에서 1, 2번 타자를 ‘테이블세터’라고 한다. ‘클린업 트리오’라 불리는 3∼5번 타자들이 타점을 올릴 수 있도록 밥상을 잘 차려야 한다는 의미다. 1번 타자는 선구안과 빠른 발을 겸비해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놓고, 2번 타순에는 진루타 등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소총수’를 배치하는 것이 전통적인 테이블세터 기용법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세이버매트릭스로 불리는 야구통계학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바로 이전에는 3번이나 5번 타순에 기용될 만한 강타자를 2번에 놓아야 한다는 ‘강한 2번 타자론’이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실제로 이를 적용하는 팀들이 늘어가고 있다. 조시 도널드슨(33·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크 트라웃(27·LA 에인절스), 크리스 브라이언트(26·시카고 컵스), 지안카를로 스탠턴(29·뉴욕 양키스) 등 최우수선수(MVP)급 선수들이 이러한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KBO리그도 2018 시범경기에서 ‘강한 2번 타자’들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예가 LG 김현수(30)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국내 무대에 복귀한 그가 LG의 중심타선에 배치될 것이라는 예상이 컸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김현수를 대부분의 경기에서 2번 타자로 기용했다. 류 감독은 삼성 시절부터 “2번과 6번 타순이 강해야 한다. 양준혁이 현역으로 뛰었다면 2번 타자로 기용했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강한 2번 타자’를 선호한다. 다만 20일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시범경기에서는 김현수를 5번 타순에 배치하는 등 ‘2번 김현수’에 대한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현수뿐만이 아니다. 김기태 KIA 감독도 외국인 강타자 로저 버나디나(34)를 시범경기에서 2번 타순에 넣으며 실험을 하고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 역시 지난 시즌부터 손아섭(30)을 2번 타순에 배치하며 ‘강한 2번 타자’를 신봉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 시절 이택근을 2번에 배치한 바 있던 넥센도 장정석 감독이 이번 시범경기에서 마이클 초이스(29)를 2번에 많이 기용하는 등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강한 2번 타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득점력을 높이는 데 효율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1번 타자가 출루했을 때 기회를 이어가는 전통적 역할에 더해 주자가 없을 때에는 장타력을 겸비한 2번 타자가 직접 공격의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하위 타선이 출루했을 경우 2번 타자부터 해결사로 나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즉 ‘테이블세터’와 ‘클린업 트리오’의 역할을 모두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강한 2번 타자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아 시범경기만의 실험에 그칠 수도 있다. 강한 2번 타자를 쓸 수 있을 만큼 중심타선에 힘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모 구단 감독은 “선수층이 두껍거나 거포들이 많은 팀에서나 고민해 볼 만한 것”이라고 ‘강한 2번 타자’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