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3-21 15:15:14
기사수정 2018-03-28 14:15:26
청와대는 21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며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토지공개념을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헌법에 없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것은 아니고 헌법에 이미 들어 있는 토지공개념 관련 조항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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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21일 청와대에서 진성준(왼쪽) 정무기획비서관, 김형연 법무비서관과 함께 대통령 개헌안 2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토지공개념은 노태우정부 시절인 1989년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토초세법) 3개 법률을 제정했는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흔히 ‘토지공개념 3법’이라고 부른다.
가장 먼저 논란의 대상이 된 건 토초세법이다. 정부는 “토지를 불필요하게 소유한 지주들로부터 땅값 상승분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기 위해서”라고 법률의 정당성을 강조했으나 지주들은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건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헌법재판소는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4년 “헌법상 규정에 조세법률주의와 사유재산권 보호 등 자유민주주의 경제원칙에 위배된다”며 토초세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곧바로 택지소유상한제도 위헌 시비에 휘말렸다. 661㎡(200평)보다 넓은 택지를 취득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얻어야 하고 이를 처분하지 않으면 연 4∼11%의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고 규정한 조항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결국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 헌재는 택지소유상한제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공익목적상 택지 소유의 상한을 정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상한으로 정한 661㎡는 너무 좁아 국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번에 청와대가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상세히 명시하기로 한 건 과거와 같은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헌법에 나란히 규정된 사유재산권 보장 등 자유민주주의 경제원칙과 상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해 넣더라도 계약의 자유, 재산권 등 다른 헌법 조항들과 연결해 유기적·체계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