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회고록 다시읽기] 백원근 "정치인 회고록, 잘한 것만 담는 게 문제"

[스토리 세계]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회고록 문화 진단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22일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논란과 관련, “대통령으로서 혹은 기업인에서 정치인, 또는 시장으로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며 잘한 것과 함께 아쉽거나 잘못한 것 등도 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건 아쉽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자세히 검토하진 않았다고 전제한 뒤 “정치적 치부라든가 비리 그런 것을 회고록에 언급할 만큼의 인물이 못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논란에 대해선 “전 전 대통령이나 이 전 대통령은 워낙 원죄가 많은 분들이어서 자신들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논하는 데 급급하지, 진솔한 반성이라든지 후배 정치인에게 남겨둘 유산이 될만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우리 정치 문화와 궤를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백 대표는 그러면서 국내 정치 및 회고록 문화에 대해 “(자신의) 잘못된 것은 은폐하고 조금이라도 잘된 것 같은 확대 포장하는 게 우리 정치인들의 기록문화 유산이었다. 전기나 자서전, 회고록 등이 객관적인 긴장감을 가지고 사실에 천착해 쓴 것을 찾아보기 힘들고, 자신의 과거를 분칠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실제 이상으로 부풀리고 진실을 감추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작성할 때 대필 작가에 의해 당사자의 육성이 철저히 배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됐다. 그는 “시간이 없고 자신이 직접 쓰기는 어렵더라도 자신의 육성이 담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즉 “마치 무슨 교수들에게 정년퇴직 때 기념논문집 바치듯이, 비서진이나 측근들이 기획하고 대필 작가를 채용해 좋은 얘기만 갖다 쓰고 빨간 펜으로 내부 검열을 받아야 하니 육성이라든가 잘못한 것 등은 하나도 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회고록을 공유하지 못하는 문화도 지적됐다. 백 대표는 “미국 등에서는 정치인들이 회고록을 많이 쓰기도 하고 사람들에 의해 많이 읽혀지면서 정치 유산으로 공유되는 문화가 있지만 국내의 경우, 회고록이 읽어볼 가치가 있어야겠지만, 읽어본 사람도 거의 없고 무슨 사건이 터져야 들여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