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재 '블랙코미디' 등 넷플릭스가 추천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마이크와 목을 축일 음료만 있다면 1~2시간 동안 관중을 휘어잡는 언어유희 고수들의 쇼, ‘스탠드업 코미디’가 넷플릭스 바람을 탔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정치 풍자나 사회 비판 등 자극적인 소재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보장된 미국과 영국에서 발달해왔다.

고(故) 로빈 윌리엄스, 애덤 샌들러, 짐 캐리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중에도 스탠드업으로 시작한 이들이 많다.

최근에는 프랑스 배우 가드 엘마레의 ‘고삐 풀린 코미디’와 영국 코미디언 잭 화이트홀의 ‘트롤의 꿈’, 캐나다 배우 러셀 피터스의 ‘거의 유명해지다’, 그리고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의 부활을 알린 유병재의 ‘블랙 코미디’가 대표적이다.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난 프랑스인 가드 엘마레는 영미권 중심의 스탠드업 코미디 세상의 중심에서 제 3자가 바라보는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미국 땅에서 그가 직접 경험한 좌충우돌 미국 적응기를 담은 ‘가드 엘마레: 아메리칸 드림’(Gad Elmaleh: American Dream) 비롯해 엘마레가 프랑스어로 진행한 ‘가드 엘마레: 고삐 풀린 코미디’(Gad Gone Wild)를 보면 정교하게 짜인 그의 이야기 전개에 감탄이 나온다.

‘비글미’ 철철 흐르는 영국의 코미디언 잭 화이트홀은 촐싹, 오글오글 개그로 무대 위를 뛰어다닌다. 할머니의 괴상한 인테리어 감각부터 한순간의 일탈이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는 구글 지도에 올라간 사건까지. 인생이 이렇게도 버라이어티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자폭 개그를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잭 화이트홀: 트롤의 꿈’(Jack Whitehall: At Large)으로 스탠드업 코미디의 본고장 영국의 입담을 즐겨볼 수 있다.
인도계 캐나다인 러셀 피터스의 스탠딩쇼는 인종별 고정관념과 차이점 등을 주 소재로 삼는다. 허풍이 심한 인도인과 인도식 발음을 소재로 삼고, 중국이나 아시아 문화권 사람들과 겪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거나 자신이 자라난 캐나다의 억양으로 관객을 웃긴다. ‘러셀 피터스: 거의 유명해지다’(Russell Peters: Almost Famous)와 ‘러셀 피터스: 노토리어스’(Russell Peters: Notorious)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한동안 풍자의 초침이 멈춰 섰던 한국에도 스탠드업 코미디의 부활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나타났다. 뭔가 억울한 눈빛의, 그래도 우물쭈물 할 말 다 하는 유병재 특유의 조소 어린 말투가 인상적인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 ‘유병재: 블랙코미디’(Yoo Byung Jae: Too Much Information)가 넷플릭스에서 지난달 16일부터 방영됐다. 2017년 8월 국내 무대에 올렸던 공연 실황을 담아낸 쇼는 방송작가이자 코미디언인 유병재가 하나하나 조심스럽고 재치있게 선택한 단어와 블랙 유머로 1시간 남짓을 꽉 채운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