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3-22 18:45:32
기사수정 2018-03-23 07:24:34
조문 사라지면 헌재, 위헌 결정 할듯/靑 “공식적으론 헌재가 결정할 일” /각계 찬·반 갈려… 국민은 존치 원해
22일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에서 사형 관련 규정이 삭제된 것은 개헌을 통해 사형제를 폐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론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으나 헌법 조문에서 사형이 사라지면 헌재가 사형제를 위헌으로 결정할 소지도 그만큼 커진다.
현행 헌법에서 ‘사형’이란 단어는 110조 4항에 딱 한 번 등장한다. ‘비상계엄하에서 사형은 단심으로 형을 확정할 수 없다’는 조문이다. 헌재는 그간 사형제를 합헌으로 결정하며 ‘우리 헌법이 사형을 전제한 조문을 두고 있다’는 점을 한 근거로 들었다.
새 헌법이 사형 관련 규정을 삭제하고 ‘생명권’을 새로운 기본권으로 추가하면 사형제를 유지할 헌법적 근거가 사실상 사라진다. 사형제 자체가 생명권 침해로 위헌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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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권력구조를 포함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 3차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형제 합헌, 위헌의 논거로 현행 헌법 110조 4항을 드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며 “이것이 빠졌다는 그 자체로 사형이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사형 문구 삭제와 관련해 “(사형제 폐지와의 연관성도) 물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수석 역시 “조문이 빠졌다는 것을 전제로 헌재가 새롭게 위헌심사를 할 것”이라고 밝혀 개헌이 이뤄지면 헌재가 사형제를 위헌으로 결정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음을 내비쳤다.
사실상 사형제 폐지를 시사한 개헌안을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사형제 폐지 운동 진영은 반기는 분위기다. 천주교인권위는 지난 30여년간 사형제 폐지 운동을 주도해온 단체다. 반면 ‘정부가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없이 완력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사형 판결이 확정돼 집행 대기 중인 사형수는 61명이다. 딸의 여중생 친구를 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1심 사형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창수·김주영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