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꿈 향해… 사교육 없이도 대학 진학한 학생들

청각장애·어려운 형편 딛고 열공/ EBSi 통해 선생님 빈자리 채워/‘꿈 장학생’ 총 25명 선발 시상식
‘꿀벙어리’.

올해 대구대 유아특수교육학과에 입학한 안태영(19·사진)군이 어려서부터 가슴 아프게 들은 말이다. 선천성 청각장애로 말이 어눌하다. 초등학교 시절 학급 체육부장과 농구 대표선수를 할 만큼 성격이 활달했다. 하지만 편견의 장벽 앞에 좌절감을 맛볼 때가 많았다. 다른 장애인 학생들이 따돌림 등의 차별 대우를 당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중학교 때 그가 장애 학생의 상처와 두려움을 감싸주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서로 이해하며 어울려 지내도록 도와주는 특수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운 배경이다.

문제는 학업이었다. 중학교 진학 후 놀리는 급우들과 자주 다투며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비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방식을 따라가기 어려워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학교수업을 보충하러 다닌 학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사의 말이 너무 빨라 강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장애인 선배가 소개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강의는 그야말로 ‘단비’였다.

EBSi 사이트는 유익하고 다양한 대학입시·학습전략 정보와 함께 강의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서비스를 제공했다. 안군이 과감히 학원도 중단하고 입시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주위의 편견과 따돌림 등으로 몹시 힘든 시기에 EBSi에서 접한 시각장애 선배의 대학 도전기 등 ‘꿈 장학생’ 영상을 봤던 것도 큰 자극이 됐다”며 “지칠 때마다 그 영상들을 보며 ‘장애는 한계가 아니고 뛰어넘을 수 있는 불편함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EBS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안군처럼 어려운 형편을 딛고 사교육도 받지 않은 채 대학에 진학한 학생 25명을 선발해 ‘꿈 장학생 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가졌다.

한국장학재단과 밀알복지재단 등의 후원금으로 매년 새 학기에 지원 대상을 선발해 장학금을 준다. 2007년 시작해 지금까지 2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1억4000만원의 장학금을 조성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교육격차를 완화하고 차별을 없애는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애·소득·지역·연령·정보 등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