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제조 2025' 정조준한 美 '관세폭탄'…AI·로봇·5G 대상

무역전쟁에 나선 미국이 중국의 제조업 육성 국가 프로그램을 '관세폭탄' 투하 대상으로 공식화했다.

30일 홍콩 성도(星島)일보에 따르면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한 인터뷰에서 "관세 부과는 '중국제조 2025' 관련 업종을 조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바로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인공지능(AI), 로봇, 양자컴퓨터 등 '중국제조 2025' 관련 산업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이 2015년 5월 마련한 '중국제조 2025'는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10년간의 행동강령으로 2025년까지 10개 핵심산업을 세계 1∼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 대상은 5G 통신을 포함한 차세대 정보기술(IT), 로봇 및 디지털기기,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 및 첨단기술 선박, 선진 궤도교통,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장비, 농기계 장비, 신소재, 바이오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을 아우른다.

중국의 이 구상은 미국과의 경제패권 경쟁을 위해 첨단 기술산업에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의 이 프로그램은 중국이 앞으로 모든 신흥산업을 장악하겠다는 뜻을 세계에 선언한 것으로 나머지 경제국은 어떤 미래도 가질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주장했다.

강경 보호무역론자인 나바로 국장은 백악관의 대외무역 정책을 이끌며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선봉에 서 있다.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도 미 의회에서 "'중국제조 2025'의 10대 핵심 업종은 관세를 부과하는 중점 대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를 문제 삼는 것도, 중국제조 2025에 따른 하이테크 분야들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중국제조 2025 프로그램를 타깃으로 삼음에 따라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제조업 육성 계획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 내에서 이 계획을 주도해왔던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정책 결정권이 훼손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시 주석의 권력 강화와 함께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화된 리 총리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 중국 소식통은 "미국이 이 프로그램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리 총리의 영향력 약화를 감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전략 경쟁과 관련된 이 구상을 포기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