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등 예술단 평양으로… “남북 사이 따뜻한 봄 왔으면”

13년 만의 평양 공연을 위해 31일 방북한 우리 예술단은 “공연 제목 ‘봄이 온다’처럼 따뜻한 봄을 전해드리고 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용필을 비롯한 우리 예술단은 이날 오전 9시40분 평양으로 떠나기에 앞서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성원을 보내준 국민에게 인사하는 출국 행사를 열고 방북길에 오르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리 예술단 공연의 남북 실무접촉 수석 대표 겸 음악감독인 윤상은 “영광과 동시에 설명하기 힘들만큼 무게감도 동시에 느끼고 있다”며 “가요계 전설인 선배들부터 한참 새롭게 전성기를 쓰고 있는 후배들까지,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만큼 대중음악계 별들이 한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윤상(사진)은 “개인적으로는 ‘위대한탄생’과 삼지연관현악단의 협연을 위한 편곡을 준비하면서 아이처럼 두근거림과 설렘을 감출 수 없는 경험을 했다”며 “상상한 소리가 평양에서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니란 것을 안다”며 “참여 가수들이 ‘봄이 온다’란 제목처럼 한반도에도 평화의 봄이 올 것이란 염원을 담아 최선을 다하고 오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콘서트에 이어 13년 만에 방북하는 조용필은 “여기서 공연하듯이 북측에서도 편안하게 공연할 것”이라며 “나뿐만 아니라 여러 가수가 긴장할 것도 없고 연습도 다 마쳤고 즐겁고 편안하게 우리들의 음악을 보여드리겠다. 잘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최진희는 “남북이 따뜻한 마음이 서로 전해지고 공감할 수 있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 이선희는 “즐겁게 하고 오겠다”고 짧게 인사했다.

16년 만에 평양을 찾는 YB의 윤도현은 “그 때도 감동적이었지만, 이번에도 감동적인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강산에는 “갑자기 참여 얘기를 들어 아직도 내가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많은 사람의 염원을 담아서 목청껏 노래하고 오겠다”고 전했다.
(왼쪽)백지영,(오른쪽)정인

처음 방북길에 오르는 백지영과 정인, 알리 등 디바 3인방도 선후배들과 함께하는 데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백지영은 “연습한 날, 너무 좋은 선배들이 저를 인도해주실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며 “선배님들이 이끌어주는 것에 맞춰 북측 분들과 잘 섞이는 좋은 공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알리도 “한국을 대표하는 멋진 뮤지션 선후배들과 함께 뜻깊은 자리에 같이 하게돼 기쁘다”며 “‘봄이 온다’처럼 따뜻한 봄을 전해드리고 오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출연진 중 유일한 아이돌 그룹인 레드벨벳은 “뜻깊은 자리에 멋진 선배님들과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 막내이니 밝은 에너지 북측까지 전달하고 오겠다”고 웃음 지었다. 레드벨벳은 멤버 조이가 드라마 촬영으로 불참함에 따라 5명 중 4명만 방북한다. 윤상은 이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듯 “짧은시간에 준비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며 “막내인 레드벨벳은 처음 섭외 때부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는데 우려한 대로 완전체로 참여하지 못하지만 모든 멤버가 한마음으로 뜻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30일 레드벨벳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조이가 드라마 촬영 일정으로 방북 공연에 함께 하지 못한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밝혔다. 누리꾼들은 SM엔터테인먼트가 일정을 조율하거나 주최측이 대안을 찾도록 배려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출발 하루 전에야 통보하듯 불참을 알린 데 대해 “무책임한 태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태권도 시범단인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의 이지석 코치는 “(북측 시범단과) 평창에서 만난 뒤 다시 만나게 돼 설렌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하는 만큼 최고의 시범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날 우리 예술단의 출국 행사 진행은 평양 공연에서 사회자로 나설 서현이 맡았다. 지난달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피날레 무대에 참석해 함께 노래한 서현은 “북측 예술단의 서울 공연에서 삼지연관현악단과 노래를 불렀는데, 그때는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자리여서 악단 분들과 많이 얘기를 못 해 아쉬웠다.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약속이 지켜질지 몰랐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평양을 방문하고 동포들과 무대를 꾸미는데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우리 곁에 봄이 이미 와 있는 것 같다. 평양 공연을 통해 남북 사이에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출연진 전원은 “브이(V)가 공연장에선 평화란 의미로 쓰이는데 V를 하면서 사진을 찍자”는 서현의 제안에 손으로 ‘V’를 그리면서 기념 촬영을 했다.
(왼쪽) 조용필,(오른쪽) 이선희

이날 현장에는 비행편을 기다리던 여행객들이 몰려들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조용필의 팬들은 ‘용필 오빠 사랑해요’, ‘우리의 자부심 조용필’이란 피켓을 들고 응원을 나와 환호하기도 했다.

공연 가수들을 비롯한 120명 안팎의 방북단 본진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이스타공항 여객기로 김포공항을 출발해 서해직항로 평양으로 향했다. 우리 예술단은 4월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열고,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측 예술단과 합동 무대를 꾸민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