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감원장 취임…과거 의정활동으로 본 감독 방향

금융사 금리·카드수수료율 인하 입장…은산분리 완화 반대
금융사 주식소유 제한 강조…김기식 "금감원장에 맞는 역할할 것"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이 2일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공식 취임했다. 지난달 13일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약 3주만이다. 

김 원장은 의정활동 당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지며 '정무위 저승사자'로 불렸다.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을 소관하는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기도 했다. 

그는 의원 시절 대부업 최고이자율 인하를 이끌어내고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손봤다. 임기만료로 폐기됐지만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법안도 발의했다. '은산분리' 완화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원장의 과거 의정활동을 통해 향후 금감원의 감독방향을 예상해봤다.

◇ 금융감독 일관성 주문…금융사와 소비자 조화 강조

김 원장은 이날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금감원 정체성을 바로세우고 금융감독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겠다"면서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통해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상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장 먼저 "금감원의 역할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영업행위를 감독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금감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 국민이 금감원에 부여한 권한을 금감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간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이는 그간 금감원이 금융소비자보호보다 금융회사와 금융사의 건전성유지에 초점을 둬 온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일관된 일처리도 주문했다. 김 원장은 "금감원이 금융회사, 금융소비자와의 접점에서 금융법규를 집행하고 감독행정을 수행하는 만큼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가 감독업무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금감원 또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대부업 최고금리 낮춰…은산분리 완화엔 부정적

김 원장의 금융감독 방향은 과거 의정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총 45건의 의안을 대표발의했다. 임기만료로 폐기된 게 25건, 수정가결된 법안이 4건이다. 대안반영폐기는 16건이다.

대표적인 게 과거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그는 2012년 6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09년 정부가 규제완화를 위해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4%에서 9%로 상향조정했던 것을 되돌리는 내용이다. 김 원장은 당시 비금융주력자가 은행 지분 소유를 늘리는 것에 대해 "금융회사에 대한 위험 전이 및 과도한 지배력 확장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이러한 입장은 KT나 카카오가 대규모 증자를 통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을 늘려나가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KT주도의 유상증자를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1년이 된 현 상황에서 김 원장이 과거와 같은 입장을 고수할 지 관심이다.

김 원장은 금융권의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데도 앞장섰다. 그가 지난 2015년 발의한 '대부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법정 최고 이자율을 인하하되,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연 25%, 여신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연 20%로 차등을 둬 인하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최고이자율 24.9%는 당시 법정 최고이자율 34.9%보다 10%포인트 낮다. 김 원장은 자신의 의정 활동 보고서를 통해 최대 성과로 대부업 최고 이자율 인하를 꼽기도 했다.

영세중소가맹점에서 졸업한지 2년이 되지 않은 가맹점과 소액결제가 빈번한 가맹점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냈었다. 이는 지난 2015년 11월 정부가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영세·중소가맹점은 0.7%포인트, 연매출 10억 원 이하 일반가맹점은 평균 0.3%포인트 내리기로 했을 때 일부 가맹점에서 일시에 수수료 부담이 폭증하는 문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금융회사의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규율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도 발의했다. 이사회의 임원의 자격요건 등 개별 금융업권별로 차이가 나는 지배구조에 관한 사항을 개선해 금융회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선 금융위가 금융회사의 주식소유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한국산업은행의 민영화 문제는 정책금융기관 재편이라는 큰 틀에서 재논의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냈다. 이 같은 논의가 바탕이 돼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중단됐다.

◇ 금융권 감정 노동자 보호·소비자보호 법안도

김 원장이 의정활동 당시 발의한 법안 중엔 금융소비자와 금융업권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도 여럿 있다.

우선 대(對) 고객 업무에 종사하는 금융회사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이 눈에 띈다. 김 원장은 당시 금융회사에 고객 응대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를 보호할 의무를 부과하고 회사가 근로자 보호를 위해 의무적으로 취해야 할 구체적 조치를 명시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근로자가 해당 고객을 기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문제가 과도한 경우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를 의무화했다. 근로자에 대한 상담·치료 지원과 상시적 고충센터 운영으로 근로자를 지원하도록 했다.

지난 2014년에 발의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금융위 소관 사무에 금융소비자에 대한 배상명령과 소비자구제계획 명령에 관한 사항을 추가했다. 당시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사건을 비롯해 KB국민·농협·롯데카드의 신용정보 대량유출 사건 등 대규모 금융피해가 발생한 상황을 고려했다. 해당 법안은 금융위가 금융기관에 소비자 피해를 배상하도록 지도하는 데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13년엔 금융위가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고자 할 경우, 사전에 예금보험공사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했다. 당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관련해 자금을 부담하는 주체인 예보와 금융감독기구 간 협력을 강조한 내용이다.

한편 김 원장은 일방적인 규제강화론자라는 일각의 인식에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김 원장이 이날 취임사에 앞서 "정말 제가 저승사자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운을 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강성 이미지'에 대한 금융권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 직후 기자실에 들러 "정무위 시절에도 자본시장 규제를 중심으로 제가 주도해 완화한 금융관련 규제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참여연대나 야당 의원으로서 해야할 역할이 있었고 지금은 금감원장에 맞는 역할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화와 균형이라는 부분에서 앞으로의 감독행정을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세계파이낸스>